[사설]폭력을 두둔 조장하는 일부 매체의 심각한 일탈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告示)를 계기로 일부 TV와 신문의 촛불시위 보도가 폭력시위를 두둔, 조장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수 국민의 여론은 추가협상을 통해 쇠고기 수입의 안전장치가 보완됐으니 이제 정부의 후속조치를 지켜보자는 쪽이다. 그럼에도 이들 매체는 정권퇴진을 목표로 한 폭력시위에 편승하거나 부추기는 행태를 보인다.

26일자 2개의 군소 조간신문은 각각 ‘고시 철회 2만여 명 시위… 마구잡이 연행’ ‘끝내 촛불민심 외면’이란 1면 머리기사로 시위 내용과 규모를 과대평가하거나 폭력시위를 정당화하는 행태를 보였다. 한 석간신문은 ‘국민 등지기로 작정한 정부’란 1면 중간머리기사에 ‘경찰 5공식 진압까지’ ‘초강경 대처에 시민들 거센 반발’이란 소제목을 달았다. 이들은 장관 고시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억지를 부리는 광우병대책회의와 통합민주당 등의 반발에만 초점을 맞췄다. 한 조간신문은 25일 밤 시위참가자 수가 경찰 추산으로 3000여 명임에도 주최 측이 주장하는 2만여 명이 사실인 양 부풀려 대대적인 국민 저항이 일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 이날 광화문 고층빌딩에서 시위현장을 차분히 내려다본 기자라면 2만 명이라는 수가 터무니없음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일부 신문이 게재한 사진이나 TV 뉴스 속의 동영상도 경찰의 진압 장면만 부각시켜 평화적 시위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강경 진압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어느 조간신문은 시위대가 들고 있는 ‘국민에 항복하라’는 붉은색 대형 깃발을 클로즈업한 자극적인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이 밖에 ‘성난 시민들, 청와대로…물대포 소화기 난사’ 같은 과장된 기사를 연일 싣고 있다.

이런 보도 행태를 보면 마치 4·19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처럼 일반시민이 대거 참가한 대규모 민주화 항쟁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들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기는커녕 경찰의 진압만을 문제 삼고 있다. 경찰의 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이어서 오히려 불법을 키우고 있다는 일반적 평가와도 거리가 멀다.

이들 매체의 정체성과 저의가 궁금하다. 지난날 좌파정권 시절에 정권의 지원을 받다가 새 정부 들어 언론시장에도 경쟁원리가 복원되려고 하니, 살아남기 위해 보수정권을 공격하는 것이라면 언론의 정도(正道)를 크게 벗어난 행태다. 이들은 지난 대선 때 BBK 의혹 등을 부풀리는 데 혈안이 됐다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반성도 사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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