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스패스 “언더는 가식, 가요계는 가면무도회”

  • 입력 2007년 7월 7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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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에서 메이저로 ‘무단침입’한 신예 3인조 힙합그룹 트레스패스(Trespass)는 양면의 얼굴을 지녔다. 음악세계에 대해 비판을 쏟아 부으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음악에는 사랑과 희망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싱글앨범을 내고 올해 메이저로 승격한 이들은 메이저 진출 소감을 묻자 “지금까지 라이브로 방송을 10번 가까이 했는데 처음엔 가수들과 친해지려고 했는데 실력도 없는 가수들이 있어 짜증났다”며 “요즘 들어 차라리 가식적인 언더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트레스패스는 “음악성이 없는데 음악성이 있는 척하는 가수들, 녹음 시간에 맞춰서 작곡가 한 번 안보고 녹음만 하고 활동하는 가수들이 많다”며 “열심히 안했는데 스타가 되는 가수가 있는 메이저보다 언더가 훨씬 더 정직하다”고 지적했다.

● “가식적 언더와 가면 속 메이저 사이에서 갈등”

이들의 비판의식은 배고프던 시절 자신들이 몸담았던 언더그라운드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엔 언더그라운드의 자신감 넘치는 비판의식에 매력을 느껴서 음악을 시작했는데 점점 그런 매력이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기껏 2000장 정도 앨범을 팔던 친구가 8만장 이상의 맘모스급 힙합 뮤지션의 앨범에 참여해서 뜨게 되고 메이저로 갑니다. 하지만 그 친구를 둘러싼 나머지 언더에 있는 사람들은 자괴감이 커져요. 이런 식으로 먼저 성공해서 메이저로 가신 분들이 언더의 ‘물’을 흐린 면이 없지 않습니다.”

트레스패스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끌어가기’ 식 스타탄생이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언더그라운드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것.

리더인 아이삭은 “몇몇 뮤지션들이 언더에 있는 친구들을 데려가면서 언더에 남은 사람들이 그들을 동경하고 있다”면서 “또 그렇게 뜬 사람들이 앨범을 내면서 일반 대중들은 그들의 음악이 언더라고 착각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비판은 피해의식 때문일까, 자신감이 넘쳐서일까.

“저희가 상처가 많지만 피해의식 때문은 아니에요. 대한민국에서 누가 허리에 칼 차고 마약 팔면서 힙합을 하겠어요. 다만 거짓말을 하기 싫을 뿐이죠.”

● “대중화? 틈새시장 노려야죠”

언더에서 싱글 앨범을 두 장을 냈지만 메이저 진출 기념으로 ‘Vol.1’로 새 출발을 다짐했다. 앨범명은 ‘러브 앤 쇼’로 타이틀곡도 박학기가 불렀던 ‘아름다운 세상’이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이들의 저항의식과 전혀 다른 색깔이다.

이것이 오히려 트레스패스가 지적한 가식, 가면이 아닌지 되묻자 “일단 저희 엄마나 친구가 들었을 때 좋은 노래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랑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메이저를 의식해 대중적인 코드에 맞춘 것 아니냐”는 우문을 던지자 음식에 비유한 현답이 돌아왔다.

“대중화란 사람들이 좋아해서 생긴 말이지 대중에게 일부러 맞춘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가령 자장면이 대중음식이라고 해도 제가 아무리 만들어도 대중이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 뜨는 인도, 태국 요리처럼 틈새시장을 노릴 겁니다.”

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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