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고음이랑 안 친해…‘고음불가’ 3인방이 말하는 인기비결

  • 입력 2006년 3월 9일 03시 01분


“저음의 비결요? 공연 전날 최대한 잠 안 자고 술 많이 마시고 무리하는 거죠. 멋지게 ‘저음’ 깔아 보세요. 대신 자신감은 두둑하게 넣으시고요!” 최근 KBS2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 ‘고음불가’ 멤버들. 왼쪽부터 류담, 이수근, 변기수. 홍진환 기자
“저음의 비결요? 공연 전날 최대한 잠 안 자고 술 많이 마시고 무리하는 거죠. 멋지게 ‘저음’ 깔아 보세요. 대신 자신감은 두둑하게 넣으시고요!” 최근 KBS2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 ‘고음불가’ 멤버들. 왼쪽부터 류담, 이수근, 변기수. 홍진환 기자
단도직입적 질문. “도대체 ‘고음불가’의 정체가 뭐죠?”

대답은 4행시였다. “고∼음이 안 돼요. 음∼악성도 없어요. 불∼필요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들은 ‘불가(不可)’계의 돌연변이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 입장 불가, 방송 불가…. 이름만 들어도 암울했던 ‘불가’의 시대는 갔다. 올해 1월 29일 KBS2 ‘개그콘서트’(일 밤 8시 55분)에 첫 방송이 나간 후 한 달 만에 ‘고음불가(高音不可)’는 ‘개콘’ 전체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인기 코너가 됐다.

“안녕하세요 ‘고’의 류담, ‘음’의 변기수…”(여기까지는 고음), “‘불가’에 이수근입니다.”(갑자기 저음) 인사부터 높낮이를 달리하는 3인조 그룹 ‘고음불가’. 그들이 말하는 4음절 ‘고’ ‘음’ ‘불’ ‘가’의 실체는 무엇일까.

○고(高)…3인의 인기

“첫 녹화 때 반신반의했죠. 저희가 거의 끝 코너였는데 설날 특집이어서 녹화 시간도 길었고 방청객도 지쳐 보였어요. 그래서 그냥 ‘저지르자’는 심정으로 했는데 지금까지 제 개그 생활 중 방청객들이 몸 전체로 웃는 건 처음 봤습니다.”(이수근)

“첫 방송 나가자마자 ‘고음불가’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어요.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제 이름 ‘류담’을 검색하면 ‘물류담당’ ‘압류담당’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제 프로필이 나와요.”(류담)

“저도 검색하면 ‘변기수리’만 나왔는데…. 신기해요.”(변기수)

개그맨 류담(27) 변기수(27) 이수근(31)이 만드는 이 코너는 1월 29일 설날 특집에서 ‘시험용 코너’로 선보였다.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 다음 주부터 정규 코너에 편성됐다. 신승훈 조성모 휘성 ‘god’ 등 인기 가수들의 ‘고난도’ 노래를 솔직하게 부른 이들의 동영상은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고 이들의 노래는 휴대전화 벨소리, 통화 연결음에도 등장했다.

○음(音)…3인의 노래

예시 몇 가지.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고음) “많∼아”(저음)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하루만 니 방에 침대가 되고 싶어…”(고음) “오우∼ 베이비”(저음) (‘동방신기’의 ‘허그’)

이들의 개그 포인트는 바로 ‘빈틈’과 ‘솔직함’이다. 노래방에서 누구나 겪었을 고음 불안증에 고개 끄덕이고 저음으로 편히 부르는 모습. 시청자들은 이들의 개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콘서트 중에 가수들이 목 아프면 관객들에게 마이크 넘기잖아요. 그냥 솔직하게 소리 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이수근)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저음을 깔지는 못했다. 가수들의 히트곡 반주 테이프 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노래 망칠까봐 염려도 많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가수들이 ‘노래 좀 불러 달라’고 조를 정도죠.”(류담)

○불(不)…3인의 조언

고음과 저음, 모두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의 노래 실력은 사실 ‘절대 음감’에 가깝다. 이수근은 10년 전 MBC 강변가요제에 ‘동대문 남대문’이란 곡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고 류담 역시 8년 전에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이들이 말하는 ‘고음불가’ 때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뭐든지 자신감이 최고죠. 절대로 안타까운 표정을 짓거나 식은땀 흘리면 안 돼요. 저희처럼 고음이 안 되면 저음으로 깔고 ‘허허’ 웃으면 돼요.”(이수근)

“고음을 낸다고 무조건 잘 부르는 게 아니죠. 키를 낮춰 부르면 약해 보이는데 자기만의 음색을 찾는 게 더 중요해요. 저음으로 부르면 어때요.”(류담)

○가(可)…3인의 가능성

노래 선곡에만 이틀이 걸린다는 이들을 보며 오늘도 시청자들은 큭큭 댄다. 노래 못 부르면 퇴출 대상인 요즘 세상. 이들의 ‘저음’은 허세만 남은 완벽주의를 누르는 듯하다. 인터뷰 내내 자신만만한 이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단도직입적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뭐할 거예요?”

“곧 음반을 낼 겁니다. 저희 중국 진출도 할 거예요. 멤버 이름도 단신수근, 류담바라, 변기수리로 바꿨답니다. ‘동방신기’를 라이벌 삼은 그룹, 우리는 ‘고음불가’입니다!”(변기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뮤직개그 계보 시커먼스 → 허리케인 블루 → 싸쓰…

노래와 개그의 만남인 ‘뮤직 개그’는 1987년 KBS2 ‘쇼 비디오자키’의 ‘시커먼스’부터 본격화됐다.

이 코너에서 개그맨 장두석과 이봉원은 흑인 분장을 하고 미국 랩 그룹 ‘런 디엠시’의 음악에 맞춰 ‘랩 개그’를 선보였다.

인기에 힘입어 “오늘은 시커먼스 망했다∼망했다…”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1993년에는 MBC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개그 듀오 ‘블랙커피’가 인기를 얻었다.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전혀 화음이 맞지 않는 것이 이들의 인기 비결.

1996년 ‘퀸’, ‘스틸하트’ 등 록 그룹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따라한 듀오 ‘허리케인 블루’(김진수, 이윤석)가 뮤직개그의 명성을 이어 나갔다. 최근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개그맨 정만호, 윤성한이 ‘싸쓰’라는 듀오를 만들어 “파∼파파∼파파” 리듬을 유행시키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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