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 비켜!… 붐-단지-김태진 등 ‘엽기 리포터’ 뜨네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코멘트
리포터 붐이 무릎을 꿇고 리포팅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C
리포터 붐이 무릎을 꿇고 리포팅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C
“안∼녕하세요 붐! 쉐끼루입니다. 자 따라해 보세요. 붐 쉐쉐∼ 쉐끼루∼.”

굵게 웨이브를 주어 꼬아 넘긴 머리. 그 머리채를 정신없이 흔들며 문장 첫 단어마다 악센트를 준다. 고개와 손은 강조하는 말을 할 때마다 흔들면서 옆 사람에게는 “붐 쉐끼루”를 외쳐 보라고 강요한다. MBC ‘섹션TV연예통신’의 리포터 ‘붐’(본명 이민호·24)의 리포팅 모습이다.

○ ‘오버’ 캐릭터로 특화

호들갑스럽고 산만한 말투, 정신없어 보이는 행동, 현란한 제스처를 구사하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엽기’ 리포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붐은 15일 현재 포털 사이트 방송인 검색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 붐은 “시청자들에게 붕붕 뜨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아예 예명을 붐이라고 지었다”며 “‘쉐끼루∼’ 역시 시청자들이 나를 기억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방송 m.net ‘와이드 연예뉴스’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는 단지(본명 장미희·22) 역시 ‘도 넘치는 귀여움’으로 엽기 캐릭터를 구축했다. 잘생긴 남자 연예인을 보면 “오빠 진짜 잘생겼네∼ 사랑해요”, “저랑 사귀어 주실 거죠”라고 외치며 착 달라붙는 것이 특징.

KBS2 ‘연예가중계’의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태진(26)도 ‘랩 하듯 굴리는 느끼한 말투’와 독특한 성대모사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을 부담스러워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시청자 최민아(33·주부) 씨는 “워낙 독특해 기억에 남지만 호감이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포스트 노홍철’을 노린다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관록 있는 리포터로 꼽히는 KBS ‘연예가중계’의 김생민, 류시현, MBC ‘섹션TV연예통신‘의 김명철, SBS ‘생방송 TV연예’ 조영구 등은 활기차지만 차분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리포터 본연의 임무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케이블 방송 리포터 출신의 ‘닥터 노’ 노홍철(27)이 인기를 얻으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리포터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가는 거야”라고 외치며 손과 고개를 마구 돌리는 노홍철의 만화적 캐릭터는 처음에 ‘비호감’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이들의 특징은 번잡스러움을 확실하게 보여 주며 프로그램 진행 못지않게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중시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행해 자신을 하나의 캐릭터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각인’을 넘어 ‘혐오’로 가는 것은 주의한다고 말한다. 단지는 “프로그램의 색깔과 나 자신의 캐릭터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섹션TV연예통신’의 안수영 PD는 “채널만 돌리면 하루 종일 연예 정보 프로그램이 나오는 환경에서 비슷한 소식을 전달하다 보니 실질적인 정보 전달 못지않게 시청자에게 어떻게 임팩트를 주느냐가 중요해졌다”며 “프로그램의 특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 리포터들의 캐릭터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