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승교수의 미디어 월드]리크게이트로 본 기자들의 영원한 숙제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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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게이트(Leakgate)의 불길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게 번져가고 있다. 논지의 변화를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처음 법원의 취재원 공개 요구가 문제 됐을 때 관심사는 취재원 보호 여부였지만 백악관 비서실 차장 칼 로브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정치공작과 보도의 유착 여부로 변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법 논리는 저널리스트에게 불리하다. 현행 미국법은 기자가 취재원, 그것도 불법적 제보를 한 취재원을 은닉할 특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1972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법원은 기자의 권리를 축소 해석한 판례가 있다. 그러나 진실은 때론 법을 거스른다. ‘법대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널리스트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자는 없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은 특히 그렇다. 방법은 하나. 기자가 입 다물고 감옥에 가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의 감옥행은 명예로운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후자의 문제를 보면 당혹스러워진다. 기자들이 로브 차장 등 백악관의 정치공작에 이용당했음이 분명하다면 밀러 기자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워터게이트에 비유되는 추악한 정치공작이었다고 변명하더라도 그렇다. 리크게이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리원허(李文和) 사건에 대해 저널리즘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중국계 핵물리학자인 리 씨는 정부가 자신에게 간첩누명을 씌운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이유로 정부를 고소했고 동시에 기자들에게는 취재원 공개를 요구했다. 연방 항소심 법원은 공개를 거부한 4명의 기자에게 취재원을 공개할 때까지 매일 500달러씩 벌금을 물도록 판결했다.

취재원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저널리스트가 받아들이도록 적용성(adaptability)에 골몰하지만 저널리스트는 그 정보가 독자나 시청자에게 반드시 필요한가를 골라내는 적합성(suitability)을 추구한다. 둘은 전혀 다른 이해를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는 관계다. 게임에 지는 순간 저널리스트는 취재원의 나팔로 전락한다. 뉴욕타임스 스스로 뒤늦게 ‘근거 없다’고 고백한 많은 이라크전쟁 관련 오보는 여기에 해당한다. 취재원 공개와 관련된 문제는 법으로 재단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그럴 만한 룰도 없다. 저널리즘 윤리만 물을 따름이다.

문제는 공익이다. 그러나 누가 공익을 판단할 것인가. 특히 법원 판결 전, 즉 보도 당시의 공익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저널리스트의 몫이다. 판단에 따르는 책임도 그에게 있다. 그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감옥행의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사회적 신뢰의 추락이라는 윤리적 책임까지 감당해야 한다. 기자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아무나 기자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시승 교수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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