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심금 울린 ‘우리 이야기’…SBS ‘홍소장의 가을’ 호평

  • 입력 2004년 11월 15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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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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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만 부족하다고 불평하며 사는데, 부모님은 나만큼이라도 행복하신지 돌아보며 살 일입니다. 마음에 반성문이 새겨지는 드라마였습니다.”

14일 밤 3시간 동안 방영된 SBS 창사특집 3부작 드라마 ‘홍소장의 가을’(극본 김수현, 연출 이종수)을 본 시청자의 소감이다.

방송 이후 SBS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드라마를 보고 죄송스러워 부모님께 전화드렸다’, ‘김수현 작가의 뛰어난 대사와 최불암 김혜자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등 300여건의 소감이 이어졌다.

‘홍소장의 가을’은 시청률 20.3%(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다른 방송사의 ‘불멸의 이순신’(KBS1) ‘시사매거진 2580’(MBC)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연령 및 성별로는 50대 여자 시청률이 20.5%로 가장 높았고 50대 남자(16%), 40대 여자(15.6%), 30대 여자(11.9%) 등의 순이었다. 10대와 20대는 각각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 드라마는 파출소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상수(최불암)와 그의 아내 영숙(김혜자)을 중심으로 ‘자신을 위해서는 1만원도 쓰지 못하는’ 부모와 실직당한 가장의 아픔을 그려냈다.

가난한 집의 큰며느리로 들어와 남편의 동생들을 챙기고 자식에겐 무조건 퍼주던 영숙은 돌연 아들의 결혼 축의금을 챙기겠다고 선언한다. 또 상수의 동생 상준(임채무)은 대기업에서 갑자기 퇴직당하자 아내(박정수)에게 구박받으며 방황한다. 축의금을 달라는 아들 부부가 돌아간 뒤 상수와 영숙이 소주를 마시면서 “우리 생각해 주는 거 털끝만큼도 없잖아”라고 읊조리는 대목에선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적셨다.

이 드라마는 가족간의 섣부른 화해로 가지 않음으로써 현실감을 더했다는 평을 받았다.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준은 한강에서 투신 자살한다. 상수가 동생의 시신을 앞에 두고 “네가 죽는다고 사회가 네 아픔을 알 것 같으냐”고 오열하는 장면은 긴 여운을 남겼다.

김 작가는 이 드라마에 대해 “인생의 맛이 달건 시건 혹은 쓰건 자기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뱉지 않고 삼킬 줄 아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김 작가의 말 그대로의 드라마였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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