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파리의 연인…신데렐라는 지금 고민중

  • 입력 2004년 6월 24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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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리의 연인’의 세 주인공. 김정은(가운데)은 조카와 삼촌 사이인 이동건(왼쪽)과 박신양에게 동시에 구애를 받고 누구를 선택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신데렐라다. 사진제공 SBS
SBS ‘파리의 연인’의 세 주인공. 김정은(가운데)은 조카와 삼촌 사이인 이동건(왼쪽)과 박신양에게 동시에 구애를 받고 누구를 선택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신데렐라다. 사진제공 SBS
《“여자들은 가끔 그런 상상을 하거든요. 화려한 사람들 틈에 나 혼자만 시든 꽃처럼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내 이름을 불러주고 흐트러진 머리칼 가만가만 쓸어 넘겨주는 상상….”(강태영의 대사 중)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룬 SBS 특별기획 ‘파리의 연인’(토·일 밤 9:45)에서 여주인공 강태영(27·김정은 분)은 상상 속의 왕자를 두 명이나 만난다. 굴지의 자동차회사 사장인 한기주(33·박신양)와 그의 조카인 윤수혁(27·이동건) 사이에서 방황하는 태영. 시청자들도 덩달아 기주와 수혁을 저울질하는 동안 ‘파리의 연인’은 방송 2주 만에 평균 시청률 32.2%를 기록하며 전체 시청률 1위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다(TNS 미디어코리아 집계). 이번 주말 방송에서 수혁은 “앞으론 나만 봐. 삼촌 말고” 하며 기주보다 먼저 태영에게 프러포즈한다. 태영의 왕자는 리무진을 탄 기주일까,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수혁일까.》

● 워커홀릭 vs 보헤미안

기주는 자동차회사 회장의 늦둥이 외아들, 수혁은 회장의 외손자이다. 기주에겐 어머니가, 수혁에겐 아버지가 없다. 기주는 대신 일에 집착하고 수혁은 방황을 한다.

시청자들이 “일하는 재벌 2세는 오랜만에 본다”며 박수를 보낼 만큼 기주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에 몰두하며 매력을 발산한다.

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유럽인들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일조량이 적은 날씨 때문에 채도가 높은 색을 선호한다’는 보고서를 올리면 기주는 현장을 확인한 뒤 “통계청의 작년 자료를 다운받았군”하고 호통친다.

고객을 가장해 직영점으로 암행감찰을 나가고 극장에서 쇼를 보다 전화로 업무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여자 허벅지 실컷 보고 나서 차 사고 싶겠어, 여자 사고 싶지. 이미지 광고가 뭔지 알기나 해. 다시 작업해.”

반면 수혁은 찢어진 청바지 차림에 거뭇하게 수염을 기르고 드럼을 두드리는 보헤미안이다. 집안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라고 미국 유학을 보냈지만 몰래 빠져나와 프랑스 파리를 유랑한다.

“억만금을 줘 봐라. 난 지금처럼 앞으로도 쭉 고독한 영혼으로 살 거야. 난 어차피 죽어라 해봤자 삼촌 밑이야. 외할아버지가 한 사업 떼어줄 것도 아니고….”

● 분별(sense) vs 다감(sensibility)

기주는 전 부인의 묘사에 따르면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하며, 결정은 빨리, 후회하지 않는, 감정 없는 사람”이다. 도덕 시간에 졸고 정치경제 시간에 깨어 있어 계산은 정확하고 ‘미안하다’ ‘고맙다’ 이런 말엔 서툴다.

반면 수혁은 태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자전거바퀴를 고쳐주고 감기 몸살로 앓아누운 태영에게 따끈한 수프를 사다 바친다.

기주의 냉정함과 수혁의 다정함은 19일 방송된 3부에서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사업상 태영과 프랑스 니스의 한 파티에 참석한 기주가 그녀와 크게 싸운 뒤 깜깜한 밤중에 그녀를 길가에 내려놓고 뒤도 안 돌아보고 차를 몰고 파리로 가버린 것.

얇은 드레스 차림으로 기차역에서 덜덜 떨며 파리행 기차를 기다리던 태영. 역시나 수혁이 나타나 옷을 벗어 그녀를 덮어주고 그녀의 눈가에 번진 마스카라를 지워준다.

네티즌들은 “사랑을 모르는 기주가 모성 본능을 자극한다” “수혁처럼 따뜻한 남자가 좋다”며 기주, 수혁 편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인다. “두 사람을 섞어 놓은 ‘기혁’은 없느냐”고 욕심을 내는 네티즌도 있다.

드라마에서 태영은 “너밖에 없다. 나 외롭게 하지 마라”며 다가오는 수혁보다 “뻣뻣하고 냉정하고, 맨발로 서리 밟는 기분”이라며 진저리를 치면서도 기주 쪽을 기웃거리고 있는 상태. 제작진은 “기주와 태영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바람에 시청자들은 기주 쪽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기주와 태영이 가까워지는 것에 반발하는 수혁의 캐릭터도 상당한 흡인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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