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메인뉴스의 앵커는 ‘오락매체’보다 ‘언론사’에 정체성의 무게를 더 두는 방송사의 ‘얼굴’이다. 이에 따라 방송사별로 앵커들의 이미지는 차별화되고 있다.
KBS 1 ‘뉴스 9’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이미지의 앵커들이 맡아왔다. KBS 남자 기자들 사이에는 “돌쇠형이 아니면 앵커 되기 힘들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동안 남자 앵커는 이윤성 류근찬 등 권위와 중량감을 주는 기자들이 맡았고 신은경 황현정 등 아나운서 출신의 여자 앵커들은 이지적이면서도 다소곳한 이미지를 이어왔다.
퍼스널이미지연구소 강진주 소장(38)은 “현재 KBS1 ‘뉴스 9’의 앵커인 홍기섭 정세진 커플도 역대 앵커들의 이미지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홍 기자(44)는 우직하고 권위적이며 정 아나운서(31)는 얌전한 단발에 표정과 목소리 모두 신중하다.
![]() |
MBC ‘뉴스데스크’는 KBS에 비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이인용 권재홍 등 역대 남자 앵커들은 부드럽고 이지적이며, 백지연 김은혜 등 여자 앵커들은 자기 일에 몰두하는 도전적 여성상을 보여왔다.
현재 앵커인 엄기영(53) 김주하(31) 커플도 마찬가지. 정연아이미지테크연구소의 정연아 소장(46)은 “엄 앵커는 편안하고 지적이며 김 아나운서는 자신감 있고 ‘쿨(Cool)’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 |
후발 주자인 SBS의 앵커들은 뚜렷한 이미지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편. 김형민 이영춘 한수진 기자 등 역대 앵커들이 남녀 불문하고 깔끔하고 도회적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정도다.
이달부터 선보인 박 기자와 김 아나운서는 이에 비해 젊고 역동적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 정연아 소장의 평가. 박 기자는 방송 3사 남자 앵커들 중 나이가 가장 적다. 김 아나운서는 역삼각형의 얼굴에 눈이 깊고 표정이 차가운 금속성 이미지로 인터넷 게임의 캐릭터를 닮았다. SBS는 특히 뉴스 스튜디오 한가운데 360도 회전할 수 있는 앵커석을 설치하고 앵커 뒤편의 배경을 수시로 바꿔 보도의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방송 3사 앵커의 차별화된 이미지는 서로 다른 채널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다. 홍성현씨는 석사 논문인 ‘방송채널 이미지의 구성 차원에 관한 연구’(2002년·한양대)에서 △KBS1은 딱딱하고 점잖고 △SBS는 생동감 있으되 다소 경박하며 △MBC는 KBS1와 SBS의 중간 정도의 이미지라고 평했다.
앵커 이미지는 주시청 층과도 맥이 닿는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 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KBS ‘뉴스 9’는 50대 남녀, MBC ‘뉴스데스크’는 30·40대 여성이 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 ‘8 뉴스’의 경우 평일은 50대 남녀, 주말은 30대 남자가 많이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세계적 앵커의 이미지 '귀족적 우아함' 공통점▼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앵커들이 지향하는 이미지는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귀족적인 우아함”이라며 “방송 3사의 메인 뉴스 진행자 가운데 MBC의 엄기영 김주하 커플이 이런 이미지에 가장 가깝다”고 평했다.
시청자들의 앵커 선호도도 이와 비슷하다.
차세정씨는 석사 논문 ‘시청자의 뉴스채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2003·서울대)에서 수도권 10대 이상 200여명을 대상으로 KBS와 MBC의 앵커 선호도를 조사했다. 전달력 외모 신뢰성 전문성 호감 등 5가지 평가 항목(7점 만점)에서 MBC의 엄기영 앵커가 4.9점으로 최고였고 이어 △김주하(MBC) 4.8 △정세진(KBS) 4.3 △홍기섭(KBS) 4.1점이었다.
그러나 앵커에 대한 선호도가 뉴스 시청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 미디어 코리아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평일 평균 시청률은 △KBS1 ‘뉴스 9’ 22.5% △MBC ‘뉴스데스크’ 14.2% △SBS ‘8뉴스’ 9.9%였다.
김수정씨는 석사논문 ‘채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앵커의 속성’(2002·이화여대)에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에 영향을 주는 주 요인은 ‘해당 방송사의 이미지(31.7%)’와 ‘뉴스의 질 (27.5%)’이며 앵커의 비중은 10.4%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