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가 참패했다" 김재형PD ‘용의 눈물’

입력 2003-12-09 15:37수정 2009-09-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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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인생' 40년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패장은 유구무언(有口無言)입니다."

한국 최초의 TV 사극인 KBS '국토만리'(1962년)에서 시작해 KBS1 '용의 눈물' 등 잇따른 히트작을 낳으며 사극의 대부'로 불리는 김재형 PD(67). 그러나 그가 연출하는 SBS '왕의 여자'가 최근 들어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던 끝에 조기 종영돼야 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 PD는 방송사로부터 당초 예정(80회)을 깨고 30회(내년 1월 중순)로 종영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근 경기 고양시 SBS 탄현제작센터에서 그의 굵은 목소리가 울리는 방향을 따라 갔다. 그는 배우들과 함께 대본을 연습하고 있었다.

"인목대비가 영창대군을 낳는 지금부터가 진짜인데…. 클라이맥스도 못 보여주고 끝내는 게 아쉽습니다."

'왕의 여자' 팬들은 '왕의 여자' 홈페이지 게시판에 조기 종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PD는 최근 딸 경회씨(40)의 도움으로 조기종영을 질타하는 3만여건의 글을 처음 보고,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딸에게 "전철역에 가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했다.

"'나는 프로다. 프로인데 참패했다. 모든 책임을 지고 여기서 죽는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외손녀(소연양·11)가 '엄마가 할아버지의 드라마를 보고 자랐대요. 저도 할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라고 하더라고."

오랜 관록의 거장인 그에게도 '시청률'은 '수갑'이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작품이 '못난 자식'이 되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후배들한테는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지만 나 자신도 시청률을 '업보'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10월 6일 첫방송한 '왕의 여자'는 시청률 정상을 달리고 있는 같은 시간대의 MBC '대장금'(연출 이병훈)보다 3주 늦게 시작했다. 김 PD는 이를 시청률 부진의 한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먼저 시작했으면"하는 가정에 대해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치사해진다. 이병훈 PD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사극을 고집하는 고마운 후배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왕의 여자'가 해외 교포들 사이에서 비디오 대여 1위라고 합니다. 주변에서는 재미있다는 말도 듣는데. 격려하는 전화도 많이 오구요."

이 말을 하면서 인터뷰 내내 굳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서 외롭지만은 않더군요."

그런 격려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럽다. 그는 "이번 작품을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연개소문이든 신돈이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 PD는 배우들이 '출연 거부' 등 방송사들의 조기 종영 결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배우들의 출연 거부로 드라마가 중단돼서는 안 되며 조기 종영 문제는 순리대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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