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아기곰에 라면 먹여 설사… 개 코막아 숨못쉬게…

  • 입력 2003년 8월 3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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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방송된 MBC ‘와우 동물천하’. 말썽을 부린다며 개의 코 위에 테이프를 붙여놓자 개가 답답해 하며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5월30일 방송된 MBC ‘와우 동물천하’. 말썽을 부린다며 개의 코 위에 테이프를 붙여놓자 개가 답답해 하며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MBC TV 화면 촬영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TV 가족 프로그램이 동물을 놀이도구화하는 등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연맹은 5∼7월 MBC ‘와우! 동물천하’ 등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되고 있는 애완동물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동물을 의도적으로 괴롭히거나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코미디화해 경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것은 MBC ‘와우 동물천하’다. 이 프로그램은 사육사가 아기곰에게 라면을 먹여 설사를 하게 하고(5월9일) 개가 암캐만 보면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교배하려하려는 것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 장면(5월16일)을 지적받았다. ‘와우! 동물천하’는 또 개의 코 위에 테이프를 붙여놓고 개가 이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희화했으며(5월30일) 낚시 바늘을 삼킨 개의 수술 장면과 마취가 풀려 괴로워하는 모습(6월13일)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아기 타조를 장난감 자동차에 태운 뒤 뚜껑을 닫고 앉으려고 하고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게 하거나(7월18일) 복날에 원숭이를 보신시킨다며 삼계탕 팥빙수 빙과를 먹여 배탈이 나게 하는(7월25일) 장면도 여과업이 내보냈다. MBC ‘놀라운 세상’은 애완견에게 담배를 먹이는 장면(5월27일)을 지적받았다.

KBS2 ‘쥬쥬클럽’의 경우, 어미개와 새끼를 떼어놓은 뒤 어미개가 매정하다고 하거나 새끼를 잃고 슬퍼하는 고양이에게 개의 새끼들을 줘 기르도록 한 것(5월12일) 등이 문제의 장면으로 지목됐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TV가 불쌍한 상황에 놓인 동물을 도와준다고 하면서도 인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결국 동물을 학대하며 희화화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TV를 보면서 동물을 생명이 아닌 ‘거래되는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부모들이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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