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박희진, MBC 코미디 하우스 ‘등급동화’로 인기몰이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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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코미디 하우스’의 ‘등급동화’를 진행하는 개그우먼 박희진. 이 코너는 쇼핑중독증과 관음증 등 사회풍자 메시지가 담긴 개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 MBC
MBC ‘코미디 하우스’의 ‘등급동화’를 진행하는 개그우먼 박희진. 이 코너는 쇼핑중독증과 관음증 등 사회풍자 메시지가 담긴 개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 MBC
지난달 30일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코미디하우스’ 중 ‘등급 동화’ 코너 촬영장. 개그우먼 박희진이 방청객에게 ‘해님달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박희진: (깜찍한 아이같은 목소리로) 호랑이는 어머니에게 “으르렁∼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러는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는 호랑이에게 냉큼 떡 하나를 주었어요. 네? 그 떡이 무슨 떡이었냐구요?

(갑자기 음산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녹색 조명이 붉게 변하며 박희진이 음흉하게 웃는다.)

박희진: (아줌마 목소리로) 크∼ 떡값 있잖아, 떡값! 자기 자식 잘 봐달라고 뇌물 준 거 아냐? (옆의 호랑이 인형을 치며) 얘 좀 봐, 뇌물 엄청 밝히게 생겼잖아?

촬영을 마친 뒤 박희진은 이날 녹화한 것에 대해 “무지개떡 사이사이에 돈을 넣어서 뇌물을 주고받는 풍토를 비판한 부분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듯하다”며 풍자에 대한 아쉬움부터 표현했다.

‘등급동화’는 올해 봄 개편때 신설돼 2월8일부터 박희진이 유연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코너. ‘아이들 이야기’인 동화를 ‘어른들 세계’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데 최근 사회비판적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람들을 웃기면서도 그 안의 날카로운 풍자를 살리고 싶다”는 박희진의 말처럼, 박현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앞으로 이런 면모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이는 시청자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더 신랄하게 해 달라’ ‘이라크전을 다뤄달라’ 등 의견과 아이디어도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

‘등급동화’의 원래 기획 의도는 풍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 몇 회분 방송에서는 ‘어른들 세계’의 음탕한 면을 주로 다뤘다. ‘토끼와 자라’ 편에서 용왕이 시름시름 앓는 이유는 ‘후궁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고, ‘선녀와 나무꾼’ 편에서는 선녀가 도망친 데 대해 앙심을 품은 나무꾼이 미리 찍어둔 ‘S양(선녀) 비디오’를 유포시켰다.

그러다 소재 고갈을 극복하기 위해 약 한 달 전부터 ‘어른들 세계’를 보다 넓은 관점에서 조명하면서 사회 비판적 풍자를 더한 것. 예를 들어 ‘백설공주’ 편에서는 성형수술 비용 3000만원 때문에 카드빚을 지게 된 백설공주가 집을 나가고, 마녀가 찾아와서 독사과 대신 돌려막기용 카드를 건네주며, 마지막에 공주를 구원하러 온 왕자는 바로 사채업자였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풍자 코미디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문제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풍자는 기존에 사회를 억눌러 온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코미디하우스’는 3일부터 시간대가 변경돼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방송된다. ‘해님달님’ 편은 3일 방영된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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