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는 동물 전성시대… 동물은 되레 수난시대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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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동물농장’의 명랑 시트콤 ‘개와 고양이-아주특별한 이야기’. 사진제공 SBS
SBS ‘TV동물농장’의 명랑 시트콤 ‘개와 고양이-아주특별한 이야기’. 사진제공 SBS
요즘 TV는 바야흐로 ‘동물 전성 시대’다. 그러나 치열한 시청률 경쟁탓에 동물 프로그램에서 과도한 연출과 선정적 화면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 단체인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은 지난달 7∼17일 방송된 KBS2 ‘주주클럽’, MBC ‘와우 동물천하’, SBS ‘TV 동물농장’ 등 방송 3사의 대표적 동물프로그램 2회분을 모니터해 과도한 연출이나 선정적 화면 등을 지적했다.

우선 동물의 세계를 ‘불륜’‘외도’‘외모 중시’ 등 지나치게 인간의 시각으로 연출 또는 해석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SBS ‘TV동물농장’에서는 사자와 호랑이 사이에 태어난 새끼가 라이거가 아닌 호랑이로 잘못 추정, 암컷 호랑이가 ‘외도했느냐, 불륜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개와 고양이-아주 특별한 이야기’코너에선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장면과 ‘페페 신랑 누구해줄까? 배가 꺼질 날이 없네요, 가정 불화의 불씨’ 등 선정적인 자막과 대사를 남발했다. 또 어미 고양이가 갓난 새끼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 ‘새끼 고양이가 못생겼기 때문’이라고 얼굴을 클로즈업 하기도 했다.

사람과 동물을 배려하지 않는 선정적 장면도 문제점. KBS2 ‘주주클럽’의 ‘돌아온 응도’에서는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응도와 강아지들을 지나치게 골탕먹이거나 진공청소기로 위협하는 등의 모습이 방영됐다. MBC ‘와우! 동물천하’에서는 동물들의 수혈, 수술장면, 숨이 끊어지는 장면까지 여과없이 그대로 노출돼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의 심미선씨는 “TV의 동물 프로그램이 재미를 위해 너무 인간중심적 해석과 연출이 넘쳐나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제공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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