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흥행대박'동갑내기 과외하기' 원작자 최수완씨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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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히트하고 있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원작자 최수완씨(왼쪽)와 영화의 한 장면. 수완 역에는 김하늘이, 지훈 역에는 권상우가 열연했다. -변영욱기자·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히트하고 있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원작자 최수완씨(왼쪽)와 영화의 한 장면. 수완 역에는 김하늘이, 지훈 역에는 권상우가 열연했다. -변영욱기자·동아일보 자료사진

아버지의 실직으로 온 가족이 통닭구이 집에 뛰어들게 된 수완(김하늘 분)은 대학 영문과 2학년생.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액과외를 시작한 수완은 고교를 2년 ‘꿇은’ 난적(亂賊) 지훈(권상우 분)을 제자로 맞이하게 된다. 이들이 마주친 좌충우돌의 공부방을 그린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지난달 27일 전국 3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원작은 2000년 6월부터 ‘나우누리’에 연재된 글 ‘스와니-동갑내기 과외하기’(전 20편). 영화는 수완과 지훈의 과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원작을 뼈대로 삼고 이들의 로맨스를 추가해 만들어졌다.

지난달 27일 원작자 최수완(崔秀婉·23·이화여대 대학원 국문학과)씨를 만났다.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상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실제 있었던 일 그대로라는 게 그의 설명. 다만 영화에서처럼 지훈이와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손을 내저었다.

“지훈이 과외요? 우리 가족의 ‘이자탕감작전’이었어요. 제가 대학 입학할 무렵, 아버지가 실직하시면서 사기를 당해 큰 빚을 지고 있었거든요. 지훈이네에서 빌린 돈이 많았어요. 과외비보다 이자가 훨씬 많았을 거예요.”

극심한 생활고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영화와 원작은 시종일관 경쾌하다. “통신에 글을 연재할 땐 너무 힘든 시기였어요. 사람들은 낮에 그 글을 보면서 웃었겠지만, 전 밤에 혼자 울었어요. 갑자기 집안 형편이 나빠지는 바람에 슬레이트 지붕을 겨우 얹은 집에서 쥐와 함께 살았거든요. 단돈 1만5000원이 없어서 MT 한 번 못 가고, 크래커와 커피로만 일주일을 보내기도 했으니까요.”

최씨는 “그늘져 보인다는 말을 들을까봐 겁이 났다”며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습관처럼 쓰던 글을 온라인에 게재하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e메일도 쏟아졌다.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많이 웃고 즐거워해서 정말 행복했어요. 제 글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과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은 것도 100% 네티즌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동갑내기…’의 원작과 영화에 왜 대중은 열광하는 것일까.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완벽하거나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수완이, 곧 제 캐릭터도 푼수짓을 일삼는 데다 돈만 보면 눈을 반짝이는 세속적인 인물이고요. 지훈이도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만 머리는 ‘텅텅’ 비어, 삶이 권태 그 자체잖아요.”

투자·배급사인 CJ 엔터테인먼트측은 ‘동갑내기…’의 성공요인을 비밀과외, 입주과외, 대학생과외, 영어과외 등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공유하고 있는 ‘한국적 과외 정서’라고 분석했다.

최씨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원작자로 점차 알려지면서 “언니 과외해 주세요” “언어 영역은 어떻게 공부하면 되나요” 같은 e메일이 심심치 않게 온다고 했다.

“대학시절부터 이래저래 참 과외를 많이 했어요. 지금은 여군 부사관에게 토익 과외를 하고 있는데 영화 관련 스케줄 때문에 과외를 많이 빠져 기합받게 생겼어요.”

영화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도 그에게 큰돈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당초 원작사용료조로 1년 등록금 정도만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시놉시스를 5편 정도 써놓았고, ‘동갑내기…’ 후속편도 써뒀다.

“다시 한번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제 손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홈페이지(swany.netian.com)에 올려서 그저 네티즌과 함께 한바탕 웃어도 그걸로 만족해요.”

털털하고 엉뚱한 수완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에서 김하늘은 사정없이 망가진다. 주먹을 불끈쥐고 악쓰며 욕하고, 술집에서 “여러분, 저 실연 당했어요”하고 주정도 한다. 유리벽에 얼굴을 뭉개기도 예사. 최씨는 “영화를 본 친구들이 ‘수완이가 너무 미화됐다’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요?” 하며 깔깔대고 웃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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