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씨 빈소 표정]"온국민 투병의지 못잊어…"

  • 입력 2002년 8월 27일 19시 00분


27일 타계한 이주일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 동료 코미디언 한무씨가 찾아와 오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신원건기자
27일 타계한 이주일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일산 국립암센터에 동료 코미디언 한무씨가 찾아와 오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 신원건기자
27일 오후 ‘코미디 황제’ 이주일씨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가까운 지인들은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빈소가 차려진 국립암센터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가수 하춘화 송창식씨 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고 SBS 윤세영 회장, 개그맨 방일수 이봉원씨 등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코미디언 이용식씨는 빈소에 들어서자 “주일이 형은 친형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형님이 가시려고 오늘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 같다”며 오열했다.

전 연예인협회장 석현씨는 고인이 최근 연예인과 관련된 비리를 보면서 몹시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일형이 병석에서 일어나면 후배들과 협의해 연예계에 건전한 풍토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투병 의지를 불태웠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주일씨의 미망인 제화자씨는 이씨의 사망 직후 실신해 입원실에서 두 딸(정미숙, 현숙)의 간호를 받고 있다. 딸 미숙씨는 잠시 빈소에 들렀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이주일씨와 고교(춘천고) 시절부터 동고동락했던 절친한 친구 사이인 여자축구연맹 박종환 회장은 이씨가 숨지기 전날 그를 병문안 갔다온 후 슬픔에 격해 자신도 병상에 드러눕고 말았다.

박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같이 저와 이주일은 가장 친한 사이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서 정말 슬프다. 제일 가까웠고, 제일 어려웠던 시기를 같이 보냈던 사람이 가다니 아무 말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은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인 이덕화씨가 맡게 됐다. 평소 고인과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낸 이씨는 고인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형님을 보내드리는 것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일씨 치료를 전담했던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이주일씨가 지난달 31일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해왔다”면서 “오늘 오후 3시15분 폐에 암세포가 들어차 더 이상 산소 공급이 불가능해졌다”고 사망 경과를 밝혔다. 그는 “이씨가 7월 20일 입원했을 때만 해도 2, 3일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으나 삶에 대한 강한 집착과 희망으로 병마를 이겨냈다”며 “입버릇처럼 2006년 독일 월드컵 현장에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주일씨가 묻히게 될 춘천 경춘공원에는 그의 가족묘지가 있으며 위패는 91년 사망한 그의 아들 정창원씨의 위패가 있는 봉은사에 안치될 예정이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고인의 금연 호소로 수만명이 담배를 끊었는데 이는 국가기관인 암센터의 일인 암 예방 운동을 대신 해준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그간 치료비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고인의 주치의였던 이진수(李振洙) 부속병원장은 “지난해 10월 입원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아 연말을 못 넘길 것이란 말도 있었지만 고인은 강한 삶의 의지를 보이며 한때 호전되기도 했었는데 유명을 달리하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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