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한나라당 'MBC 국정감사 추진' 안팎…경영실태 '베일 속'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35분


한나라당이 공영방송 MBC를 국정감사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관련법에 대한 개정안을 제출키로 했다. 한나라당 편파방송대책특위의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15일 MBC에 대한 국정 감사를 명문화하는 조항을 방문진법에 삽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MBC를 정부재투자기관 자격으로 감사하는 감사원법의 개정도 검토했으나 감사 대상의 확대라는 문제가 있어 이같이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방송계에서는 MBC에 대한 국감은 ‘시청자 주권 확보’의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MBC는 그동안 ‘반공영 반민영’의 기형적 소유구조를 이유로 매출액이 5922억원(2001년)에 이르는 경영 규모의 실태나 예산 집행, 방송 프로그램 평가 등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도 비공개로 진행됐고 해당 상임위인 문광위에 배포되는 자료도 감사가 끝나면 곧장 수거하는 등 MBC 내부의 속사정은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MBC측은 “(우리는) 상법상 주식회사이므로 국감의 대상이 안 된다”며 국정감사를 거부해왔고 국회도 방송사의 영향력을 의식해 방문진 감사로 끝냈다.

MBC의 이 같은 ‘비밀주의’는 같은 공영방송인 KBS가 국감이나 국회 결산 승인 등 여러 검증 장치를 통해 시청자들의 감시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KBS는 방송법에 따라 매년 국회에서 결산 승인을 받으며 이 과정에서 경영 현황이나 예산 집행 내용 등이 공개된다. KBS는 이와 별도로 매년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공표할 의무도 지니고 있다. 6월 발간된 KBS ‘2001 경영 평가 보고서’는 KBS2의 공영성 지수가 MBC나 SBS보다 낮다며 자신들의 ‘치부’를 고백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8월 말까지 방문진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편파방송대책특위가 자당 관련 MBC 보도의 편파성을 집중 비판한 것과 ‘MBC 국감’ 추진 시점이 겹치자 일각에서는 방송사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국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시민단체들도 주장해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MBC “방송 길들이기” 비난▼

한편 MBC의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비판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치 권력이 당리당략에 따라 방송사 논조를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