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뮤턴트 에일리언' 性에 대한 엽기적 상상력의 극치

  • 입력 2002년 2월 14일 17시 38분


장편 애니메이션 ‘뮤턴트 에일리언’(Mutant Aliens)의 빌 플림튼 감독. 영화 제목을 한국어로 옮기면 돌연변이 외계인쯤 되지만 1997년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로 국내에도 알려진 플림튼 감독(56)이야말로 ‘애니메이션계의 돌연변이’일 것이다.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싫어 미국 방위군 포스터부에서 일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14세때 디즈니 입사를 희망하지만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그는 유명해지자 ‘디즈니의 구애’를 거절했다.

그의 작품은 때로 혐오스럽다. 거친 선과 성(性)에 대한 엽기적인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남용되는 권력에 대한 풍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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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턴트…’는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 정부 고위 관리인 프루바 박사의 음모로 희생된 우주비행사 젠슨의 복수극을 담았다.

프루바 박사는 세계에서 제일 큰 비행선을 띄울 예산을 얻기 위해 젠슨을 우주의 미아로 만든다. 20년만에 우주를 표류하다 지구에 돌아온 젠슨은 실험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된 동물들과 그의 딸 조시의 도움으로 프루바 일당의 음모를 분쇄한다.

‘뮤턴트…’는 예상을 빗나가는 의외성과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조시와 그의 남자 친구 다비의 섹스를 둘러싼 갈등 묘사는 압권이다. 다비의 ‘물건’은 트랙터, 전기 톱, 기차, 코뿔소 등 다양한 상징으로 바뀌며 웃음을 자아낸다. 젠슨이 돌연변이의 탄생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손가락, 눈, 입술 등 신체의 다양한 부위가 생물체로 등장해 엽기적인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재미와 함께 풍자를 추구하는 플림튼 감독의 ‘독설’은 젠슨의 국민 호소문 낭독에서 드러난다. 젠슨은 우주 미아가 되기 전 프루바 박사의 음모를 모른 채 “여러분이 지갑을 열어 기부금을 내면 내 생명이 연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사이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 지난해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의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22일 개봉. 18세이상 관람 가.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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