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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0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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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년전만 하더라도 충무로 송년회도 삼겹살에 소주 먹으며 시끌벅쩍거리다가 가라오케에서 마무리를 짓는 게 대부분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영화계 관계자 사이에 화제를 모았던 살사댄스 파티를 계기로 충무로에는 댄스 파티가 신종으로 등장했다.
몇몇의 신세대 여성 프로듀서들이 모여 살사댄스 송년회를 한다고 하니 그곳에 가려면 나 역시도 지금부터 스포츠댄스 학원에서 살사를 배워야하지 않을까? 참 신기하다. 새롭기도 하고... 댄스파티 문화가 서양문화라는 편견을 요즘 세대들은 편하고 쉽게 수용한다. 격세지감? 아니면 세대차이? 어쨌든 좋은 현상이다.
요즘 잘나가는 신세대 P모, L모, K모 감독들은 감독답지 않게 술을 못 마신다. 그래서 술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며 새벽을 맞는 ‘두차(茶)불사’형이다. 그들의 송년회 역시 화려한 차 파티로 막을 내린다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신입회원’(물론 차를 좋아하는 감독에 한하겠지요?)을 공모한다고 하니, 내년에는 감독들도 ‘주(酒)독’파와 ‘차(茶)독’파로 나뉘지 않을까?
M영화사는 바비큐 파티를 했다고 한다. 평소 여자들 뺨치는 요리 솜씨를 자랑하는 O대표는 추운 베란다에서 털모자를 눌러쓰고 레몬에 저린 돼지 바베규, 소금에 구운 대하 등 다양한 음식을 이 선보였다고 하니 참 정성이다. 참석자들이 모두 감동한 것은 물론이다. F영화사에서는 노래자랑 송년회를 준비중이란다. 거금(?)을 상금으로 걸었더니 벌써부터 노래방에서 연습중이라는 후문이다. 정말 송년회도 개.성.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왕성하게 일하는 인력들의 송년회가 독특한 색깔을 내는 것은 발전적이라고 본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다양한 영화들이 출현하는 모태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왜 이리 씁쓸하지? 나도 이젠 구세대?
<좋은 영화 대표>greenpapaya2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