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을동화' 윤석호PD '겨울의 감성을 찍는다'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2분


《‘편안한 집을 나와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느낌’. 지난해 여성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KBS2 ‘가을동화’의 연출자 윤석호(45) PD의 요즘 심경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던 KBS를 9월초에 나온 그는 현재 프리랜서다. 기획사 팬 엔터테인먼트와 미니시리즈 20부작짜리 두 편을 제작하기로 계약했고 그 첫 작품이 내년 1월 KBS2에서 방영 예정인 ‘겨울연가’다.》

-최근 KBS의 월화 드라마 ‘순정’ ‘미나’ 등이 연이어 5∼7%의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KBS 측에서는 ‘겨울연가’에 대한 기대가 크던데.

“마음을 비웠다. 운명에 맡겨야 할 것 같다(웃음). ‘가을동화’ 때도 MBC ‘아줌마’와 대결이라 걱정했지만 결과가 잘 나왔다. 겨울 서정과 음악, 여백을 담을 ‘겨울연가’가 사극과 차별화 될 것으로 본다.”

‘겨울연가’는 운명적인 첫사랑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 배용준과 최지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을(동화)’에 이어 이번엔 ‘겨울(연가)’인데.

“‘가을동화’의 연장선상이라고 할까.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를 드라마로 그려보고 싶었다. 내후년까지 봄 여름 시리즈도 만들 계획이다.”

-은서를 죽음으로 몰고 간 ‘가을동화’의 결론을 두고 ‘죽여서는 안된다’는 반대 여론도 많았다. ‘겨울연가’는 어떤 결론이 날 지 궁금하다.

“은서가 안타깝게 숨을 거뒀기 때문에 더 극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연가’도 첫사랑이 맺어지진 않을 것이다.”

17년동안 몸담았던 KBS를 떠난지 넉 달째. 그는 “자유로운 대신 책임과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방송사에서 PD는 연출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외부 프로덕션은 대본 분석, 출연자 섭외, 촬영장소 답사 등 전 분야를 신경써야 한다. 돈을 받은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그런데도 프리랜서를 선택한 이유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TV 드라마 전문 시스템이어서 한계가 있다. 올해 초부터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나의 장점인 멜로를 영화에 접목시키자는 것이었다.”

그의 프리랜서 선언은 방송계 변화를 드러내기도 한다. 방송 인력이 외부로 진출해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 제작 시스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 산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이젠 외국을 상대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가을동화’를 해외로 수출해 송승헌, 송혜교가 ‘한류 스타’가 됐고 촬영장소였던 강원도 속초, 화진포가 중국 대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방송사의 PD도 자기 색깔을 가진 드라마를 만들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윤 PD는 1992년 대학생들의 풋풋한 일상을 소재로 한 ‘내일은 사랑’에서 이병헌, 박소현 등 신세대 스타를 발굴했다. 94년 ‘느낌’, 96년 ‘컬러’, 97년 ‘프로포즈’에서는 감각적인 영상을 선보이며 트렌디 드라마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감각의 드라마를 연출한 이유를 묻자 그는 “아직까지 미혼이어서 또래에 비해 ‘유치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윤 PD 작품이 동화적인 드라마가 대부분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순정만화 같은 ‘판타지’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 ‘러브레터’처럼 순수한 사랑이 가슴을 적시는 드라마도 필요하다. 마음이 아파도 상큼하고 슬퍼도 애틋한 느낌같은 것을 꿈꾼다고나 할까?”

윤 PD는 11일부터 ‘겨울연가’ 촬영에 들어가 강원도 춘천,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등에서 순백의 겨울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가을동화’에 이어 함께 촬영에 나서는 스태프진은 한숨을 내쉰다. 야외 촬영때마다 여러 차례 “다시한번 가자”를 되풀이하는 윤 PD의 근성을 알기 때문이다.

윤 PD는 “모두가 고생해서 한편의 영화같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면 버스에서 토막잠 자는 것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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