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주말극에 '미니 시리즈' 접목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0분


‘더 짧게, 더 빠르게, 더 재미있게’

KBS가 ‘주말극〓50부작’이라는 제작 관행을 깨고 20∼24부작짜리 ‘미니시리즈형 주말극’ 실험에 나섰다.

KBS는 현재 방영 중인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KBS2·밤 8시)

의 후속으로 20부작 <푸른 안개>와 이 드라마의 후속으로 역시 24부작인 <동양극장>을 방영한다. <웨딩드레스>나 <예스터데이>처럼 50부작으로 기획된 주말극이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조기 종영되거나 도중 하차한 주말극의 ‘땜질용’으로 20여부작 드라마가 급조된 경우는 있었지만 처음부터 미니시리즈로 기획, 주말극을 제작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S 드라마국의 윤흥식 부주간은 “주말극의 패턴을 한번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니시리즈는 50부작에 비해 극의 전개가 빠르고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 ‘시청 호흡’이 짧은 젊은층이 일일극이나 50부작이 넘는 주말극보다 미니시리즈를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50부작 <아줌마>처럼 드라마가 극 중반부터라도 시청률이 높아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천둥소리>처럼 계속 시청률이 저조하면 6개월 내내 방송사의 ‘애물단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50부작 드라마의 단점이다.

KBS는 또 ‘소재의 일상성’이라는 기존 50부작 주말극의 ‘불문률’도 깰 예정. 기존 주말극은 가족시청시간대(저녁 8시)에 방영되는데다 50회나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극적인 내용보다는 대가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벼운 희노애락과 멜로를 적절히 섞은 내용을 주 소재로 다뤄왔다.

그러나 20부작인 <푸른 안개>는 주말극으로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가정이 있는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을 소재로 삼았다. 연출도 <거짓말> <바보같은 사랑> 등 미니시리즈를 주로 맡아온 표민수 PD가 맡았다.

MBC와 SBS는 KBS의 이같은 움직임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당분간 ‘50부작 주말극’을 계속 고수할 방침.

SBS의 이종수 드라마부국장은 “극의 완성도라든가 시청행태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말극도 50부작 보다는 미니시리즈 분량으로 줄어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주말극의 분량이 짧아지면 그만큼 더 기획을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과연 그만한 기획력이 따라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 방송사가 1년에 방영하는 미니시리즈만 해도 약 18∼20편. 그러나 대부분 ‘콩쥐팥쥐형 드라마’이거나 삼각, 사각관계의 연애 등 엇비슷한 내용으로 비판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 많은 편수의 드라마를 제작하기에는 여건상 힘들다는 지적이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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