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KBS2 인간극장 5부작, 정읍 '딸재벌' 임상택 씨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전북 정읍에 사는 임상택(52), 이양금씨(46) 부부는 살림은 넉넉하지 않지만 정읍 최고 ‘부자’ 소리를 듣는다.

다름아닌 ‘딸부자’. 아니, ‘딸부자’를 넘어 ‘딸재벌’ 소리까지 듣는 임씨 부부는 네 살에서 스물 세살까지 무려 열 한명의 딸을 두고 있다. 이번 주 KBS2 5부작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저녁 8시45분)은 29일부터 5일간 ‘딸재벌’ 임씨 집을 찾아간다.

임씨 부부가 딸을 열한명이나 두게 된 것은 아들을 낳겠다는 일념 때문. 그러나 제일 먼저 출가한 둘째딸이 재작년 마침내 아들을 낳자 “손주보다 더 어린 딸은 둘 수 없다”며 그만 낳기로 했다.

그토록 아들을 바랬던 임씨 부부지만 이제는 딸들이 든든하기만 하다. ‘잘 키운 딸 하나, 열아들 안 부럽다’는데 열아들 안부러운 딸을 열한명씩이나 둔 이들은 오죽하랴. 어머니 이씨는 열한명 딸들의 생일을 잊지 않고 모두 양력과 음력으로 일년에 두 번씩 챙겨줄 만큼 정성과 사랑을 쏟아 키웠다.

트럭을 운전하는 임씨와 구멍가게를 하는 이씨가 열한명의 딸을 키우기 위해 정한 원칙은 고등학교까지 성심성의껏 뒷바라지 하되 그 이후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공부를 잘 했던 딸들은 대학진학을 미루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찌감치 사회에 진출해야 했다.

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큰딸과 셋째딸, 그리고 시집간 둘째를 뺀 여덟명의 딸들은 어머니를 도와 야무지게 살림을 꾸려간다. 워낙 입이 많다보니 매일 식당밥 짓는 양만큼 밥을 지어야 하고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빨래도 만만치 않다. 김장도 이 집의 큰 연례 행사. 올 겨울에도 배추 120포기, 무도 스무단으로 김장을 했다.

이씨가 하는 구멍가게의 최대 ‘고객’도 바로 이씨네 가족이다. 이 구멍가게를 찾는 손님은 하루에 서너명뿐. 그러나 이씨가 구멍가게를 계속 하는 이유는 치약이나 비누 등 생필품을 도매값으로 댈 수 있기 때문.

사춘기에 접어든 중고생 딸들은 학교에 가족사항을 적어낼 때마다 칸이 모자란다고 얼굴을 붉히곤 할 만큼 대식구를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아픈 동생들 병간호부터 집안일까지 웬만한 ‘초보 엄마’보다 능숙하게 척척 해낸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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