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비해 실속이 크지 않았던 셈. 김범수는 이에대해 “신인이 그만하면 성공한 셈이라지만 나만의 트레이드 마크를 알리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번 2집 ‘리멤버(Remember)’는 리듬앤블루스 일색으로 꾸몄다. 그것도 ‘비처럼 음악처럼’ ‘사랑이 저만치 가네’ ‘그대와 영원히’ 등 가창력으로 손꼽히는 선배들의 히트 발라드를 ‘김범수식 리듬앤블루스’로 리메이크했다.
머릿곡으로 내세운 ‘비처럼 음악처럼’은 고 김현식과 듀엣으로 불렀다. 김현식의 생전 목소리와 김범수의 노래를 디지털로 접목시켰다. 김범수는 “가요계에서 ‘듣는 음악’의 몫은 줄어들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며 “이를 추구해 온 선배들의 계보를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김범수의 매력은 감성적인 목소리와 여러 결의 음색, 자신만만한 애드리브와 목소리 연기 등이다. 그는 음반에 담은 ‘하루’ ‘그런 이유라는 걸’ ‘아마도’ 등 신곡에서도 자기만의 리듬앤블루스를 뽑아내는 매력은 흔들림이 없다.
김범수는 ‘비처럼 음악처럼’ 이후 신곡 ‘하루’를 후속곡으로 부를 예정이다. ‘비처럼 …’이 김현식에 대한 헌화라면 ‘하루’는 자신에게 주는 곡이다. ‘하루’는 라틴 리듬과 R&B를 접목한 노래로 R&B의 새로운 신명을 전한다.
김범수는 데뷔 직후 TV 무대에 딱 한번 나와 ‘얼굴없는 가수’로도 불린다. 발라드마저 TV의 볼거리에 좌우되는데도 그는 “성격이 TV에 어울리지 않아 출연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한다. ‘듣기’로만 호소하려는 그의 고집은 지금 팬들의 소리없는 박수를 모으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