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사內 중복출연 심각 "또 그얼굴…"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49분


토요일 저녁 신설된 ‘TV대발견’에서 이홍렬을 본 SBS 시청자들은 이틀후인 월요일밤 같은 SBS의 토크쇼인 ‘이홍렬쇼’에서 또 한번 이홍렬을 만날 수 있다.

월요일 저녁 MBC ‘21세기 위원회’에서 김용만과 정은아를 본 시청자는 바로 다음날, 같은 방송, 똑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칭찬합시다’에서 또다시 김용만과 정은아를 나란히 볼 수 있다.

화요일 밤 KBS2의 토크쇼 ‘서세원쇼’의 MC 서세원도 이틀후인 목요일 밤, 같은 시간에 방영되는 또다른 KBS2의 토크쇼인 ‘야! 한밤에’의 진행을 맡고 있다. 일요일 낮에 ‘서세원쇼’가 재방송되는 것까지 치면 KBS2에서만 서세원의 얼굴을 일주일에 세 번 보는 셈.

심지어 아침에 본 MC를 같은날, 같은 방송에서 저녁에 또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요일 아침 MBC의 ‘사랑의 스튜디오’를 진행하는 임성훈은 불과 여섯 시간 후에 ‘생방송 퀴즈가 좋다’에서 또다시 등장한다.

같은 방송사내에서 MC들의 ‘겹치기 진행’이 심각하다.

인기 연예인들이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방송사의 중복 출연이 연예인의 ‘욕심’ 탓이라면, 한 방송사내에서 똑같은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을 ‘겹치기 진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기 진행자를 붙잡아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려는 방송사의 욕심과 안일한 제작태도 탓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한 예능국 PD는 “같은 방송사내에서도 두 개 정도 진행을 맡는 것은 괜찮은 거 아닙니까”하고 되물을 만큼 ‘겹치기 진행’에 대해 무감각해 진 것이 요즘 방송가의 현실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식상한 얼굴을 하루 건너, 또는 연이틀씩 마주쳐야 하는 시청자들이다.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간사는 “‘겹치기 진행’은 스타 중심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반복되고 중복되더라도 시청률만 올리려는 방송사들의 안일한 자세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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