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의 세상스크린]"일상에 충실해야 휴식도 즐거운법"

  • 입력 2000년 7월 17일 18시 39분


지난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찍을 때 수면부족, 과격한 액션, 크고 작은 부상, 더위, 추위 등으로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매일 촬영장에서 마음속으로 다짐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촬영만 끝나 봐라. 실컷 자고 여행 다니고, 아무도 못알아보는 곳에서 펑펑 쉬어주마.”

▼여행의 즐거움도 그때뿐▼

영화찍는 일상이 너무 힘들어서였습니다. 드디어 촬영이 끝나 개봉됐고 다행히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괴로웠던 영화촬영을 뒤로 하고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지요. 게다가 쉬는 동안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해외영화제의 초청을 많이 받은 덕택에 여행도 수없이 다녔고, 보고 싶은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었으며 잠도 푹 자고 취미생활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과 휴식의 묘미는 ‘일상탈출’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제 경우는 그 탈출이 너무 잦아져 ‘일상탈출’이 ‘새로운 일상’이 되어버리니까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아오고 싶어졌습니다.

영화를 찍고 있는 동료 선후배 배우들이 부러워지고 고생스러웠던 영화현장이 그리웠습니다. 외국에 있을 때 처음 잠깐은 자유를 만끽했지만 곧 사람들이 저를 구경하는 것을 불편해한 적도 있는 우리나라에 가급적 빨리 돌아와서 다시 구경거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기도 해야겠고 연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싫어 작품선택에 나름대로 심사숙고하느라 긴시간 영화를 찍지 않았던 것인데도 “요즘 영화활동이 뜸한 것 같은데요?” “새 작품 안찍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당장이라도 영화현장에 뛰어가 “레디 고”소리를 듣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반찬과 국이 맛있는 이유는 밥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과 국도 그것만 먹으면 짜지 않을까요? 월요일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본분이 있기에 주말이 금쪽같을 겁니다.

▼진정한 행복은 일터에▼

배우의 최고 기쁨은 영화개봉 후 극장에서 관객들로부터 격려를 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기쁨은 열심히 영화를 찍었을 때만 얻을 수 있으며 휴식을 뿌듯하게 보내는 건 일상을 충실하게 지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알 것같습니다.

지금 혹시 힘드세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저는 이번 주부터 촬영이 시작되는 ‘불후의 명작’과 함께,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리운 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저도 부러우시죠?

<영화배우 박중훈> joonghoon@sero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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