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야당 이기면 국회파행" MBC 보도 파문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한나라당이 16대 총선 투표 당일인 13일 MBC의 취재를 거부하고 기자들의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의 투개표 반응 등을 취재하기 위해 당사 10층에 설치됐던 중계카메라도 이날 오후 철수했다.

○…발단은 12일밤 MBC 9시뉴스 보도.

이날 뉴스에서 총선결과를 전망하면서 “만일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10석 이상 차이로 제친다면 지금까지의 여소야대 현상이 되풀이될 것 같다. 16대 국회 원구성에서부터 여야 누가 국회의장을 맡느냐, 또 상임위원장 자리는 어떻게 쪼개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해서 개혁입법이라든지 민생경제 관련 입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이 보도가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왜곡보도라고 주장하며 정정보도 및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사무처 당직자 30여명이 이날밤 MBC로 몰려가 항의한 데 이어 당사 곳곳에 ‘MBC 취재거부’ 등의 벽보를 붙였다.

○…이어 13일 한나라당 대변인단과 MBC측이 정정보도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원창(李元昌)선대위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의석이 많다고 해서 국회가 파행운영될 것이라는 예단은 명백한 왜곡보도”라고 주장.

반면 MBC측은 “한나라당의 항의내용을 뉴스로 보도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중계팀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들은 “약자가 편파 왜곡보도에 항의해 취재를 거부하는 것은 자위수단이다” “취재 거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으로 반응이 엇갈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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