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중간광고 허용]시청자만 짜증난다

  • 입력 2000년 1월 21일 00시 18분


문화관광부가 3월13일 발효될 새 방송법 시행령에서 공중파 TV의 중간 광고를 허용할 방침임이 알려지자 파문이 일고 있다. 정규 프로의 진행을 끊는 중간광고는 74년 3월 폐지된 이래 광고주단체나 방송사들이 광고 효과 증대 등을 이유로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 그러나 시청자 권리 보호와 공중파의 공개념에 비춰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밀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간광고 허용 문제는 99년 초 방송개혁위원회(방개위)에서 논쟁 끝에 불허로 정리됐던 사안이다. 방개위에서 활동했던 김승수(金承洙)전북대교수는 “시청률 경쟁이나 저질 프로의 남발 등 약점이 많은 한국 방송에서 유일한 장점이 바로 중간 광고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중간 광고는 시청률 경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安秀卿)간사도 “중간 광고 허용은 시청자의 입장을 무시하고 광고주와 방송사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광고주단체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간광고가 광고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그 효과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을 거의 못하고 있다.유재천(劉載天)한림대교수도 “방송광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간광고는 대기업들이 프라임타임대 광고를 독점하는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주무부처가 괜스레 시청자의 불만을 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방송사측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방송사를 ‘우군’으로 활용해 보려는 정치 논리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새 방송법에서 방송정책권이 방송위원회로 넘어간 마당에 문화관광부가 새 위원회 출범 전에 공중파의 주인인 시청자들의 권익을 해치는 조항을 시행령에 포함시키려는 의도 또한 순수하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문화관광부는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20일 “시행령안은 ‘실무초안’”이라면서 “방송 관련 기관과의 의견조율을 거쳐시행령안을 확정한 뒤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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