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마법의 성', 조연급 重用…연기변신 없어 아쉬움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9시 17분


“모 아니면 도?”

지난해부터 시청률에서 경쟁사에 눌려 오던 KBS2 월화드라마 제작진의 캐스팅 관행을 놓고 방송가에서 오가는 말이다. 캐스팅 가능한 주연급 탤런트들을 한 드라마에 몰아 넣고 다음 드라마에는 ‘재고’가 부족해 방송 몇 주 전까지 출연진을 결정하지 못하거나 대신 신인급을 대거 기용하는 관행을 꼬집은 것.

이는 22일 첫 방송되는 12부작 월화드라마 ‘마법의 성’(밤9·55)에서도 되풀이됐다는 평이다. 16일 종영된 전작(前作) ‘초대’에 A급인 이영애와 추상미를 비롯, MBC 드라마 ‘왕초’로 스타덤에 오른 김상경 등을 집중 배치했다. 그러나 이번 ‘마법의 성’에서는 최근 CF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나영을 주연급으로 끌어들이는 데 그쳤다. KBS는 고민 끝에 조연급인 유준상 송선미 안재모 등을 또다른 주연급으로 배치했다.

백화점 사내 방송국 DJ 홍연희 역을 맡은 이나영은 “아직 연기가 미숙한 편인데 상대역마저 결정되지 않아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기회가 조연급들에게 연기력 신장의 기회가 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 최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안녕 내사랑’에서 안재욱의 죽마고우이자 성실한 트럭 운전사로 나온 유준상은 ‘마법의 성’에서도 포용력 있고 된장 냄새나는 파출소 순경 이풍진으로 나온다.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팡팡 튀는 이미지를 보여 온 모델 출신 송선미도 늘씬하고 허영기 많은 처녀인 방애자로 출연한다. 아직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아 전작에서 보여준 것과 유사한 캐릭터를 주문한 것이 방송사측의 ‘안전제일주의’전략인 셈.

그러다보니 제목처럼 젊은이들의 감동과 웃음을 그릴 이 드라마의 무게 중심이 중견 연기자들로 옮겨갈 조짐도 보인다. 실제 삼류 깡패 출신의 주차장 관리원 왕대산 역을 맡은 이덕화나 허영 덩어리인 한여사 역의 이응경 등의 캐릭터가 주연급보다 더 관심을 끈다.

또 제작진은 영화 ‘넘버3’에서 삼류 시인 ‘랭보’로 출연했던 박광정을 바람기 넘치는 삼류 시인 마삼수로 등장시켜 영화에서의 ‘후광 효과’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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