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힙합 "저항이냐 상술이냐" 논란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4분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에서 음반기획자로 나선 양현석과 그가 키운 직계 후배 ‘지누션’과 ‘1tym’. 그동안 댄스음악을 적극 접목하며 대표적인 ‘제도권’ 힙합가수로 군림해왔던 이들이 프로젝트팀 ‘YG패밀리’를 결성, 본격적 사회비판을 시도하면서 ‘무쟁점’의 가요계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선 귀를 사로잡는 것은 직설적 가사. 지난달 말 방송활동 시작 전 MBC 심의에서 12개의 수록곡 중10개가 방송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KBS에서는 심의보류 상태일 정도로 일부 내용이 ‘거칠다’.

특히 방송용으로 밀고있는 1번 트랙의 ‘YG패밀리’는 도발적 메시지로 유명한 미국 서부 갱스터랩 그룹을 연상시킬만큼 마약 매매춘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에 대해 날을 잔뜩 세웠다. 방송용의 경우 ‘삑∼’소리로 지워 그 취지가 퇴색했지만 “백색가루에 뻗친 개만도 못한 짓이여/팔아넘겨 배채운 돼지여 남자란 힘을 잘못 쓴 그대여/” 등의 가사는 ‘닥터코어911’ 등 언더그라운드 그룹이나 PC통신으로 데뷔한 조PD류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쿵쿵’하는 소리의 저음역을 유달리 강조하면서 맛깔스럽고 예쁜 멜로디를 오히려 절제했다.

얌전한 외모를 강요하는 일부 방송사의 ‘대(對)가수정책’을 꼬집은 ‘YG BOUNCE’는 제목만큼 내용도 튄다. “남의 걸 갖다 베끼고도 니가 최고가 되고/모두가 네게 속았지/안그래도 열받는 세상이야…”라는 대사는 ‘실력없는 일부 댄스가수들’에 대한 질타로 여겨진다.

하지만 “힙합으로 ‘사회악’을 응징하려 했다”는 양현석의 말과 달리 일부 네티즌과 음악관계자들은 “힙합의 저항성을 교묘히 이용한 상업주의”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MBC의 모PD는 “방송 부적합 판정을 받자마자 앨범을 방송용으로 급조한 것을 보고 ‘그러면 그렇지’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전과 별 차이없는 몇몇 댄스풍의 소프트힙합에 대해 이 그룹은 “힙합의 대중화를 위한 미끼”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중화’의 강도가 지나쳐 앨범 전체에서 이들이 말하려는 ‘주장’을 퇴색시킨다는 평가도 받는다.

양현석이 부른 ‘서둘러’는 사랑타령에 가깝고 ‘1tym’의 ‘돈돈돈’은 직설적인 제목과는 달리 1집에서 보여준 경쾌한 멜로디에만 충실한 느낌이다.

‘YG패밀리’는 이달 말까지만 활동하고 양현석과 신인 여성래퍼 렉시의 혼성듀오로 재구성된다. 이번 앨범을 두고 일부에서는 “그런 너희는 얼마나 힙합을 아느냐?”는 반론적 평가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또 양현석의 활동재개를 위한 포석일 뿐이라는 일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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