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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3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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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으로 눈과 귀가 멀어버린 재호(배용준 분)가 신형(김혜수 분)에게 하는 마지막 말. MBC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가 24일 재호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평균 시청률 16%안팎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지만 ‘우리가…’는 시작부터 끝까지 화제의 중심에 선 드라마였다.
첫방송 무렵 30대 신진작가 노희경이 ‘언어의 연금술사’ 김수현(SBS수목극 ‘청춘의 덫’)과 맞붙는다 하여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청춘의 덫’에 이어 50%이상의 시청률을 올린 ‘토마토’, 지난주 시작된 ‘해피 투게더’에까지도 연달아 밀렸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계층과 연령의 사람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던 당초 기획도 바뀌었다. “세상에 사람 마음대로 안되는게 세종류가 있다. 돈버는 거, 사람 미운 거, 사람 좋아하는 거” 등의 세상사의 정곡을 짚는 대사로 눈길을 모았던 욕쟁이 할머니도 사라졌다.
대신 젊은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깊이 파고들어 가면서 노희경의 감성적이고도 끈적이듯 여운이 남는 대사가 드라마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PC통신엔 ‘우리가…’의 머리말을 딴 ‘우정사’동호회가 조직됐다. 드라마 한편으로 동호회가 생겨난 것은 ‘우리가…’작가 노희경의 전작 ‘거짓말’이후 두번째.
20대 여성들이 대부분인 이들 열렬팬들은 “재호를 죽이지 말라”고 제작진에 압력을 보냈고 극중 재호와 신형의 결혼식에 실제 하객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노희경은 가히 드라마 컬트팬들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셈.
‘우리가…’의 마니아들은 이 드라마의 마력을 노희경의 대본에서 찾는다. 눈이 붓도록 울게 만드는, 심지어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랑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함께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가슴을 울리는 대사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이같이 주인공들의 감성과 세부적 묘사에 매달린 탓에 보다 다양한 시청자층의 보편적 공감대를 잃었다. 이 때문에 ‘그들만 정말 사랑했던’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