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김 노래인생 40년 기념 콘서트…26,27일 세종문화회관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05분


노래를 부르기 전 꼭 이를 닦는다. 단 한발자국이라도 걸었던 신발은 무대에 ‘동행’할 수 없다.

결벽증일까 아니면 무대에 대한 끝없는 애정의 표현일까.

패티 김(61)이 가요에 바치는 예우는 구도하는 수도승을 연상케 한다. 그의 이름 앞에 늘 붙는, ‘대형 가수’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섬세한 의식(儀式).

“나는 ‘딴따라’라는 말이 싫어요. 가수들이 예인(藝人)으로 대접받아야지 왜 그런 말을 듣습니까. 그런 시각이 싫어 무대의 작은 부분에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애써 왔습니다.”

그의 꿈은 자신의 노래 ‘사랑은 영원히’처럼 세월조차도 자신 앞에서 멈추는 것일지 모른다. 영원한 스타,그것도 베일에 가려진 채 신비한 모습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

59년 가요계에 데뷔한 뒤 ‘스타 중의 스타’로 살아온 패티 김이 26, 27일 오후7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40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갖는다.

그의 가수 인생사에는 가요계의 기념비적 기록들이 그대로 살아서 숨쉬고 있다. 국내 가수로는 최초로 세종문화회관(78년)과 미국 카네기 콘서트홀(89년)의 무대에 섰다. 또 자신도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70장(?)의 앨범을 발표했고 ‘서울의 찬가’ ‘사랑은 영원히’ ‘초우’ ‘못잊어’ 등 수많은 히트곡들은 상당한 수준에 있는 이들까지 애창곡으로 꼽을 만큼 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트로트와 클래식음악 사이에서, 폭넓게 대중문화 팬들을 고루 만족시키는 독보적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이미자가 트로트의 계승자라면 패티 김은 서구적 마스크와 악보적 발성, 압도적 음량,폭발적 감성으로 서구적 팝을 대표해온 스타”라며 “불행하게도 이 분야에서 40년간 그를 넘어서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타로 살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패티 김의 인생에는 작곡가 길옥윤 박춘석과의 끊을 수 없는 만남이 자리잡고 있다. 빠르면 이달말 출시될 기념앨범 속 16곡 가운데 ‘누가’ ‘9월의 노래’ ‘이별’ 등 10곡이 이들의 작품이다.

“내 인생에는 두사람과의 인연이 긴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작고한 길선생님은 인생과 노래의 동반자였고 지금 병석에 있는 박선생님은 유일하게 노래로 통할 수 있는 분입니다.”

이번 공연에는 김정택SBS악단장이 지휘하는 40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았고 조영남 인순이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외국에 거주하는 두 딸도 특별손님으로 출연할 예정.

패티 김은 “30년 기념무대에서 40주년을 맞고 싶다는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면서 “이번 무대가 50주년을 위한 예비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2237―9565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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