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98 TV드라마]시청률에 웃고 울고

  • 입력 1998년 12월 30일 19시 34분


드라마는 우리 방송가의 지형도를 읽는데 더없이 편리한 돋보기다. 방송사를 ‘시청률 사이클’의 변곡점에 얹어놓고 부침(浮沈)을 좌우하는 장르이기 때문.

98년 한해도 예외없이 여의도를 주무른 드라마를 통해 1년간의 ‘방송사 흥망성쇠’를 짚어본다.

▼MBC▼

3사 중 가장 풍성한 드라마 작황을 일궈낸 MBC는 자동적으로 시청률에서도 으뜸이었다.올해 일간지 방송담당기자가 선정한 최고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로 연초부터 승기를 잡더니 일일극 ‘보고 또 보고’로 평일 드라마 시간대를 평정했다. MBC는 ‘보고…’덕에 4년여간 KBS에 밀렸던 밤9시뉴스 시청률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대…’후속으로 방영된 주말극 ‘마음이 고와야지’가 전작(前作)에 비해 형편없는 구성과 미스 캐스팅으로 고전하고 이득렬사장이 손수작명했다는수목사극 ‘대왕의 길’이엉성한 기획으로 조기종영론에시달리기도했다. 하지만 9월에 월화(내일을 향해 쏴라) 수목드라마(수줍은 연인)와 주말극(사랑과성공)을 일거에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 다시 주도권장악에성공했다.최근에는 일일 월화(애드버킷) 수목드라마(해바라기)와 주말극이 시청률 1∼4위를 차지하는 보기 드믄 현상까지 낳았다.

그러나 풍성한 결실만큼이나 강도높은 비판도 잇따랐다. ‘보고…’의 겹사돈 논쟁은 딸자식 둔 부모사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을 정도였고 ‘사랑과…’은 가족 간의 비상식적 갈등 묘사와 여성의 굴절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자극한다는 비난을 면치못했다.

▼SBS▼

연초까지 비틀거리던 SBS를 일으킨 것은 육중한 다큐물도,특종뉴스도 아닌 수목극 ‘미스터Q’였다.

IMF시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적절한 유머와 페이소스로 그려내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Q’는 ‘모래시계’이후 SBS 최고의 효도프로라는 격찬을 들었다. 주연을 맡은 김희선은 29일 98년 SBS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SBS는 수목드라마 시간대를 파고든 틈새전략을 구사했다. KBS는 아예 수목극이 없는데다 MBC도 최근의 ‘해바라기’이전까지 탄탄한 수목극을 내놓지못했던 까닭이다. SBS는 ‘홍길동’ ‘승부사’등 야심작을 연속으로 수목시간대에 포진시킨 덕분에 드라마 뒷시간대 프로인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와 ‘한밤의 TV연예’도 덩달아 탄력을 얻어 올중반에는 가장 탄탄한 ‘수목벨트’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연이 불법운전면허 파문으로 중도하차하고 MBC가 수요일 심야시간대에 ‘구성애의 아우성’을 맞편성하면서 수목시간대도 빛을 잃었고 최근 수목극 ‘단단한 놈’은 작품성과 시청률면에서 ‘흐물흐물’거려 수목시간대가 많이 허술해졌다.

SBS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대작의 연이은 실패. 연초 고석만PD의 정치드라마 ‘3김시대’가 ‘김비어천가’를 연상케하는 ‘정치성’으로 고전을 면치못했고 제작비 20억원를 투입한 김종학PD의 ‘백야3.98’은 볼거리만 앞세워 ‘모래시계’의 아류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KBS▼

암울 그 자체였다. 연초 시청률 1위를 달리던 일일극 ‘정때문에’의 후속작인 ‘살다보면’이 MBC ‘보고…’에 밀려 철옹성이던 밤9시뉴스 시청률을 MBC에 넘겼다.

드라마 중 유일하게 건국5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야망의 전설’은 KBS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 작품. 초반 육중한 시대극으로 전개되다가 10%이하의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종영론까지 대두되자 제작진은 체면불구, 시놉시스에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죽여가며 볼거리를 앞세웠다. 최수종은 두달이상 스턴트맨에 가까운 온몸연기로 40%이상의 시청률을 올리는 수훈을 세웠다.

그러나 저조한 시청률에도 불구, 공영성이라는 KBS특유의 덕목 덕분에 시청률 눈치보지않는 실험성 강한 작품을 내놓은 것은 큰 성과로 꼽힌다. 명징한 대사와 친구 남편인 연하 유부남과의 사랑을 독특한 미학으로 그려낸 ‘거짓말’은 컬트드라마의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고 스토킹을 주제로 담은 ‘짝사랑’도 탄탄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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