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른 비디오로 「크리스마스 이브」 느껴보세요』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36분


일찍 자면 왠지 억울할 것같은 성탄 전야. 그 긴 밤을 보내기엔 역시 비디오가 제격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단골이 아니면 대여도 쉽지않은 인기순위 1, 2위의 액션영화에 연연하지 말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에 젖어보자.

우선 자신이 쓸쓸한 ‘싱글’인지, 함께 있어줄 사람이 있는 따뜻한 ‘커플’인지 잠깐 생각해볼 것.

먼저 싱글파. 너무 쓸쓸해하지 말자. 인생이란 어쩌면 담배연기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뉴욕 브룩쿨린의 담배가게 아저씨가 주인공인 ‘스모크’는 90년 크리스마스때 미국 뉴욕타임스지에 실렸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원작. 오기 렌과 그의 단골손님 폴을 중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그렸다. ‘조이럭 클럽’의 감독 웨인 왕이 선사하는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느껴보자.

할리우드의 이단아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가위손’에도 연말에 어울리는 독특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세트위에서 인형을 움직여 촬영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좀 기괴하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환상적인 기교가 뛰어나다. 조니 뎁의 창백하고 슬픈 표정이 기억에 남는 컬트영화 ‘가위손’은 만약 하얀 눈이 내린다면 금상첨화일 듯.

스릴러 취향이라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미드나잇 가든’을 보자. 미국남부 상류층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무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남부 신사 역을 맡은 탁월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완벽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릴러로도 성이 안찬다면 환상적인 공포영화 ‘야수의 날’이 있다. 크리스마스 새벽에 예정된 사탄의 탄생과 유색인종 차별, 종말론을 믿는 광신도 등 세기말적 병폐를 연결시켜 이 세기말의 크리스마스에 딱 어울린다.

싱글이 아니라고? 따뜻한 커플이면 무엇을 보든 재미가 없으랴만, 연말분위기와 맞는 로맨틱한 멜로물을 원한다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미스터 플라워’‘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수도 없이 많다. 로맨틱하진 않지만 ‘원나잇 스탠드’의 크리스마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여겨 볼 것.

가족이 있는 사람의 경우 아이가 어리다면 산타클로스를 통해 가족애를 되새기는 ‘34번가의 기적’ ‘산타클로스’가 추천할 만 하다. ‘솔드 아웃’은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크리스마스에 빵점 아빠의 오명을 벗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벌이는 코미디. ‘101달마시안’에는 진짜 달마시안 종 개가 우르르 나와 정신을 빼놓는다. 아름다운 음악과 파스텔풍의 섬세한 화면이 인상적인 영국 애니메이션 ‘스노우맨’도 볼 만하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독일영화 ‘비욘드 사일런스’를 함께 보자. 청각장애인 부모와 정상인 딸이 엮어가는 가족간의 갈등과 사랑을 따뜻하게 그렸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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