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제작사,「시청률 인센티브제」 『죽을맛』

  • 입력 1998년 12월 13일 19시 06분


시청률 30%일 때 6천2백80만원, 31%일 때 7천만원.

미니시리즈 ‘해바라기’(수목 밤9·55)를 제작, MBC에 공급하는 독립프로덕션 디지탈미디어가 방송사로부터 받는 편당 제작비는 이처럼 시청률에 따라 달라진다.

시청률과 드라마의 ‘값’을 연계시키는 이른바 ‘시청률 인센티브제’가 적용된 것은 이 드라마가 처음이다. 이 계약에 따르면 시청률이 20%를 밑돌 경우 편당 5천2백50만원의 제작비가 지급된다. 30%까지는 시청률이 5%씩 오를 때마다 5백만원씩 더 주며, 31%부터 최고 7천만원까지 지불된다.

‘해바라기’는 3,4회 방영분 시청률이 26.4%로 주간 시청률 10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제작사측은 여전히 초조한 기색이다. 한 관계자는 “외주제작사이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출연료를 후하게 줄 수밖에 없고 부대비용도 많아서 편당 7천만원을 받아도 남을 게 없다”고 말한다.

이관희프로덕션이 제작중인 MBC ‘육남매’는 방영초기 ‘시청률 20%미만이면 5천8백만원대인 제작비에서 1천만원을 깎아 지불한다’는 계약조항이 있었다. 이를테면 ‘마이너스 옵션제’다. 그러나 시청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해바라기’가 방송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면서 TV3사의 드라마 외주부문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BS 박희설외주제작팀장은 “‘대망’ ‘퇴마록’ 등 이미 계약된 작품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계약하는 드라마에는 인센티브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BS 윤흥식드라마국주간도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모든 잣대를 시청률에 맞추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시청률과 공영성을 모두 감안한 드라마의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결과에 따른 보상과 ‘퇴출’이 있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방송사측이 시청률에 따른 드라마의 인센티브제 실시를 강력하게 추진하는데는 광고판매율의 하락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IMF이전만 해도 시청률과 상관없이 주요 드라마 시간대의 광고가 1백% 가깝게 팔렸지만 이제는 최하 40%대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립프로덕션측은 시청률 인센티브제가 겉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약자만 속으로 곪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연기자는 방송사보다 출연료를 더 달라고 하는데, 미술 의상 시설 등 제작시스템이 취약한 독립프로덕션으로서는 공중파방송사에 비해 추가비용부담이 적잖기 때문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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