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민·김종환」 주부팬들 왜 열광할까?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기자〓주부들이 박상민씨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요.

박상민〓솔직하잖아요.

기자〓‘무기’ 시리즈처럼 노골적인 거 말입니까.

박상민〓솔직한 거라니까요.

기자〓‘주부팬’이란 무엇입니까.

박상민〓엄청난 에너지. 변화를 원하는 잠재적 욕구불만의 집합체.

‘미즈&미스터’가 지난주 동아문화센터 수강생인 30, 40대 주부 1백명에게 ‘가수 박상민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꾸밈없는 노랫말과 쉬운 멜로디 47% △터프한 외모 22% △개성있는 무대매너 15% △기타 5% △무응답 11%.

다음은 ‘가수 김종환에게 성적 매력을 느낍니까?’에 대한 응답. △예 43% △아니오 28% △모르겠다 29%.박상민의 경우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응답은 37%.

박상민과 김종환. 왜 주부들이 좋아할까.

▼관상▼

윤태현 혜성역학원장의 분석. “박상민은 귀가 작고 눈썹이 짙어 지구끝까지라도 달려와 안아줄 용사처럼 보이는 상.” “얼굴이 커 안정감을 주고 귀가 길어 따뜻한 느낌의 김종환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거나 낭만을 되살리려는 여성이 끌리는 상.”

성형외과전문의가 뜯어 본다면? 이강원성형외과의원장.

“박상민은 예리한 눈매와 짙은 수염의 남성성이 첫눈에 들어오지만 사실 동그란 얼굴에 눈코입이 고만고만해 보기에 부담이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터프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싸주고 싶은 모성애를 함께 느낀다.”

“김종환은 눈이 가로로 길게 뻗어 차분한 느낌인데 양눈 사이가 넓어 가식없게 보인다. 턱과 얼굴이 넓어 일반적으로 여성이 다가서기 쉽다고 생각하는 인상이다.”

▼최면과 성심리▼

대한최면연구소 김영국고문(신구대교수)은 “쉽고 반복되는 멜로디와 리듬은 가최면(假催眠)상태를 몰고 온다”고 주장. 박상민의 ‘무기 시리즈’처럼 ‘꿍작꿍작꿍작’하는 단순하고 빠른 리듬이 반복되면 듣다가 몽롱한 상태가 된다는 것. ‘철커덩 철커덩’ 거리는 기차소리를 연속해서 들을 때 졸리는 것과 같은 현상.

“김종환의 가사나 멜로디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다. 그래서 듣는 순간 ‘나도 멋지게 부를 수 있다’는 자만심(?)을 유발한다. 얕보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대상에 빠져버린다. ‘엉뚱한’ 남자와 결혼하는 팔등신 미녀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이랄까.”

심리학의 자이가닉(Zeigarnik)효과. 완성된 것보다 아슬아슬하게 끝을 맺지 못하는 것을 더욱 갈망한다는 인간심리. ‘무기’ 가 되려 안간힘을 쓰지만 늘 ‘한끝’ 차이로 포기하고 마는 박상민이나 ‘언젠가는 너와 함께 하겠지/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라며 애간장을 태우는 김종환에게서 여성은 카페인같은 마력을 느낀다고.

한편 한국성의학연구소 이윤수박사는 ‘정신적 통정(通情)을 통한 카타르시스 경험’으로 다소 극단적 해석. 가수라는 공인(公人)적 지위가 무의식 속에 면죄부까지 준다는 것.

그는 “숙녀기로 넘어갈수록 속삭임 등 청각에 민감해지는 성적 감각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통해 일부 여성은 성적 욕구불만을 무의식속에서 해소한다”고도 설명.

▼비용과 리스크▼

가요테이프 5천원, CD 1만원 선.

저렴한 가격으로 박상민과 김종환을 ‘공유’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인기는 IMF체제의 산물이란 해석도. 한국예술연구소 이영미책임연구원. “이들의 노래는 조용필의 ‘Q’와 정서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멜로형식의 순정파. 다만 뉴 페이스일뿐이다. 그래서 ‘듣기 쉬운(Easy Listening)’ 80년대식 노래를 들으면서도 ‘난 유행의 첨단을 걷고 있다’고 위안하게 된다.”

‘나는 과연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불안감. 특정 연예인이나 물건에 대한 선호를 공유함으로써 얻는 ‘귀속의식’으로 이에 대항한다. 심리학에선 오류가능성(Erroneous Zone)으로부터의 집단적 탈출행위로 규정한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