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31일 대단원…대본 「책15권」분량

  • 입력 1998년 5월 6일 07시 33분


KBS 1TV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이 대단원(31일)을 향해 치닫고 있다. 충녕에게 보위를 넘겨준 태종 이방원이 대마도 정벌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뒤 55세의 나이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며 1년여의 대장정을 마칠 계획이다.

작가 이환경씨는 이미 마지막회 대본까지 탈고한 상태. 지금까지 쓴 대본만 해도 2백자 원고지 1만7천4백90장이나 된다. 단행본 15권을 만들 만한 분량.

지금까지 지출한 직접제작비는 87억원. 세트 설치비 등의 미술비와 인건비 등 간접제작비를 합하면 회당 평균 1억원 가까이 쓰였다.

동원된 연기자의 수도 기록적이다. 대사와 배역이 있는 연기자는 회당 평균 50명, 엑스트라는 3백명이 출연했다. 이들은 1년반동안 2백50일을 야외촬영으로 지새웠다.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연기자들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박위장군 역을 맡았던 탤런트 박건식. 김재형PD의 고함에 얼어붙어 수차례 NG를 내던 끝에 간신히 긴 대사를 그럴 듯하게 읊었다. 그러나 “전하!”해야 할 마지막 대목에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외마디는 스태프들을 기절초풍하게 했다. “각하!”

전의(典醫)로 나오는 탤런트 박정웅. 당대 최고의 의사이지만 그가 진맥을 한 이성계, 그의 둘째 부인 강씨, 둘째 아들 방과 그리고 이방원과 부인 민씨가 모두 사망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달리 방법이 없사옵니다” “명이 다했사옵니다”가 그의 고정 레퍼토리.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듯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촬영현장을 휘어잡던 김PD는 알게 모르게 ‘용의 눈물’에 여러번 출연했다.

커다란 목소리가 필요한 대사는 모두 김PD의 몫. “주상전하 납시오!”는 모두 그의 목소리다. 1차 왕자의 난 때는 이숙번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수문장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새까만 얼굴탓에 ‘깜국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PD는 이 드라마를 만드느라 몸무게가 8㎏이나 줄었다. 그는 “역사 교과서나 다름없는 이 드라마를 좀더 엄밀하게 만들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의 다음 꿈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 태조 왕건을 소재로 하여 통일과 우리 현실을 연관시킨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

제작진은 드라마를 끝낸뒤 작가와 연출자, 출연자가 모여 에피소드와 역사적 고증이 잘못됐던 부분을 밝히는 특집프로를 기획하고 있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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