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와 케이블 TV의 심의 잣대는 얼마나 달라야 하는가. 최근 같은 내용의 프로가 공중파에서 중징계를 받았으나 케이블에서는 무사통과했다.
문제의 프로는 지역민방 광주방송이 7월 시작한 「김형곤 쇼」. 이 프로는 방송위원회로부터 7월말과 8월초 두차례에 걸쳐 경고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끝에 최근 중징계인 「사과명령」을 받았다. 이유는 속칭 「묻지마 관광」과 「남성 전화방」 등 불건전한 남녀 관계를 묘사하는 내용을 방송했고 지역 대학을 비하하는 대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김형곤 쇼」는 광주방송이 케이블 오락채널 HBS로부터 사들인 프로. HBS는 「김형곤 쇼」를 지난 4월부터 제작 방영했으며 광주방송과 대전방송도 구입해 방영했다.
「김형곤 쇼」는 HBS 방영 당시 종합유선방송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종합유선방송위의 유영욱 연예오락부장은 이에 대해 『케이블은 공중파와 달리 특정 시청자를 겨냥하는 매체여서 잣대를 완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심의위에서도 해당 프로를 주시했지만 공중파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들의 침묵」도 케이블 영화채널 DCN에서 수차례 방영됐음에도 KBS에서는 몇차례의 우여곡절 끝에야 방영됐다.
방송가의 논란은 동일 프로에 얼마나 다른 잣대를 갖다 대느냐의 문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와 특정시청자층을 겨냥하는 케이블TV를 보는 「심의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방송관계자들이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방송법이 통과돼 「통합방송위원회」가 등장하면 잣대의 「눈금」 적용에 혼선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