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어머니상(像)」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에게는 청국장 같은 맛이 있다. 정 깊고 구수하면서도 강단있고, 고집 세고, 변덕스럽고, 조금은 넉살도 떨 줄 아는….
KBS1 TV 「정 때문에」, 2TV 「욕망의 바다」에서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딴판으로 등장하는 강부자씨(56) 얘기다. 그가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오구」의 노모로 출연한다. 역시 어머니를 그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이후 3년만의 연극 외출. 죽음이라는 비극적 소재를 신명나는 굿 형식으로 풀어낸 「오구」는 죽음의 비일상성을 일상적 희화적 해학적으로 묘사, 우리식 「슬픔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젊어서 남편 잃고 떡 팔아 두 아들 키운 노모로 나오는 강씨는 연습장에서부터 예의 그 청국장같은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연기해온 어머니상 그대로죠. 지방공연때 객석에서는 신명나는 굿판 분위기에 많이들 웃었지만 나는 눈물이 나더라구요』 겉은 질그릇 같으면서도 사실은 여리기 짝없는 그의 속을 드러내는 말이다. 또박또박 점잖게 말하는 품이 잘 갖춰진 한정식을 연상케 한다. 많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한가지 그냥 넘어가지 않는….
『내가 내 자신에게는 참 혹독한 사람이거든요. 단 한가지도 소홀한 것, 쉽고 편하게 넘어가는 건 못견뎌요. 하루 2,3시간만 자고 「그냥 뛰면」 다 되는데 왜 슬렁슬렁 살아요』
62년 KBS2기 탤런트로 출발, 올해로 연기생활 35째를 맞았다. 「오구」에서 그와처음으로함께작업하는 「토종 연출가」 이윤택씨는 『원숙하다 못해 신기(神技)에 가까운 노모가 나타났다』고 했다. 31일부터 한달간 정동극장. 02―773―8960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