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케이지」,동성애 해프닝속 웃음-감동 선사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申然琇기자」 미국 정치인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비난을 금기로 여긴다. 킨제이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남성의 4∼10%가 동성애자이며 이들의 정치적 입김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비판하는 영화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영화 「버드케이지」에 이르면 동성애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묘사가 연민의 수준을 넘어 「가족애」로까지 「발전」했다는 느낌을 준다. 새해 첫달에 비디오로 나오는 영화 「버드케이지」는 코미디의 대명사 로빈 윌리엄스와 진 해크먼이 주연한 코미디. 최근 몇년사이 히트한 동성애 소재 영화중 「결혼피로연」이 상큼한 코미디이고 「필라델피아」가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비판한 블루톤이라면 「버드케이지」는 웃음과 감동의 두마리 토끼를 좇는다.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아줌마로 분장하면서까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아버지 로빈 윌리엄스가 이번에는 남자 부인을 가진 아버지로 나온다. 배경은 플로리다주 사우스비치의 게이바 「버드케이지」. 게이바를 운영하는 동성애자 아먼드(로빈 윌리엄스)에게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밸이 찾아온다. 밸은 보수적 정치인 킬리의원(진 해크먼)의 딸 바버라와 결혼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온 것. 바버라는 아버지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가 없어 시아버지 될 사람이 그리스의 문화 외교사절이라고 거짓말한다. 그즈음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킬리의원은 딸의 결혼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사돈의 집에 찾아오기로 한다. 이때부터 게이바 「버드케이지」에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이 영화에서의 압권은 밸의 남자 엄마 앨버트역으로 나오는 네이단 레인의 게이 연기. 네이단 레인은 영화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셰익스피어 연극에 주로 출연한 정통 연극배우다. 실제로는 동성애와 무관한 그가 양아들을 위해서 「남자로 변신하려는 게이」역을 실감나게 연기했으며 눈물겨운 아들 사랑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연속되는 해프닝으로 웃다보면 가족을 이루는데 성별이나 핏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가족 이데올로기」에 도달하게 될지 모른다. 영화 「졸업」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던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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