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홍콩식 노래제목 『홍수』 눈살

  • 입력 1996년 11월 15일 20시 33분


「천상유애」 「귀천도애」 「무한지애」 「추락천사」… 마치 홍콩 영화나 일본 가요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타이틀은 지난해부터 우리가요 차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 곡들이다. 룰라의 「천상유애」와 김민종의 「귀천도애」는 비록 일본 노래를 표절했다는 혐의로 도중하차하고 말았지만 엄청난 히트를 기록함으로써 그럴싸한 「작명」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뒷얘기를 낳았다. 앞의 두 노래와 닮은 꼴 제목인 「무한지애」는 김정민의 3집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로 내용 역시 후세와 현세를 오가는 천년의 사랑을 담아 「아류」 냄새를 짙게 풍긴다. 王家衛 감독의 홍콩 영화 「타락천사」를 떠올리게 하는 「추락천사」는 록가수 김종서가 5집앨범에 선보인 랩곡. 이밖에 비록 홍콩식 조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한자로 된 4자숙어 형태로 제목을 달아놓아 「이국적인 맛」과 「고풍스러운 멋」을 느끼도록 한 노래도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신세대 가수나 구세대 가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 댄스음악에서 발라드와 트로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있다. 「조조할인」(이문세) 「취중진담」(전람회) 「천생연분」(솔리드) 「이별공식」(R.ef) 「작별의식」(베이시스) 「견해차이」 「미인박명」(이상 벤츄라) 「가타부타」(이홍렬) 「성형미인」 「빙하시대」(이상 노이즈) 「명동별곡」(육각수) 등이 요즘 몇달새 쏟아져나온 노래의 제목들. 4자성어식 제목은 가요계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모든 장르로 번져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SBS TV가 드라마 「부자유친」과 「도시남녀」를 방송했는가 하면 영화 「지상만가」도 한창 촬영중이다. 가요평론가 강헌씨는 "제목을 4자성어식으로 다는 유행은 일본과 홍콩의 대중문화를 흉내내려는 사대주의 발상과 젊은이들의 복고풍 선호경향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상혼이 합쳐 이루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가요팬도 "한자에 익숙지 못한 젊은 세대들이 뜻도 모를 한자어구 제목을 선호하는 것 자체가 겉멋으로 외국 것을 따라한다는 증거"라면서 "최근 「천상유애」와「귀천도애」가 잇따라 표절 판정을 받은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