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살릴 돈 누가 대나”… 법원 회생인가 앞두고 전단채 피해자·메리츠, MBK와 자금 공방

  • 동아경제

전단채 비대위 “4000억 원 중 현금성 지원은 400억 원”
메리츠, DIP 조건 ‘MBK 보증·추가 지원’ 요구
홈플러스 측 “회생 아닌 청산 시 메리츠 5000억 수익” 주장
법원, 30일까지 2000억 원 자금조달안 요구…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 내달 3일

문을 닫은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 모습. 뉴시스
문을 닫은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 모습. 뉴시스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신규 자금 조달과 손실 부담 주체가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23일 홈플러스 물품구매전자단기사채(전단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밝힌 지원액 가운데 실제 자본 출연 규모가 불분명하다면서 사재 출연과 별도 피해자 보호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여기에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긴급운영자금(DIP) 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최대주주 보증과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메리츠가 회생보다 청산 과정에서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홈플러스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 주체와 신규 자금 손실 감수 여부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MBK 4000억 원 지원 내역 공개 요구

홈플러스 전단채 피해자 비대위는 논평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것은 보증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본 출연”이라며 MBK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지원 내역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MBK 측이 홈플러스를 위해 약 4000억 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현금성 지원으로 확인되는 금액은 김 회장이 출연한 약 4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상당 부분은 기존 차입에 대한 연대보증과 이자 부담, DIP 금융, 개인 자산 담보 제공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MBK 측 지원 내역에는 작년 4월 조달된 600억 원 규모 DIP 금융에 대한 연대보증과 올해 3월 실행된 1000억 원 규모 긴급운영자금 등이 포함돼 있다. 회생 신청 전 증권사 대출과 관련한 약 2000억 원 규모의 연대보증 및 이자 부담도 지원액으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증여와 출자, 대출, 보증, 담보 제공은 홈플러스와 기존 채권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금 증여나 출자는 홈플러스가 상환할 필요가 없지만, DIP 금융은 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기존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될 수 있다. 보증과 담보 제공 역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가 홈플러스에 직접 유입된 현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비대위는 MBK가 2025년 9월 약속한 2000억 원 규모 무상 증여 가운데 1000억 원이 올해 3월 DIP 금융 형태로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상환청구권 포기 확약이 있더라도 자금의 법적 성격과 우선변제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지원액이 실제 현금 출연인지 금융기관 대출인지, 연대보증인지, 담보 제공이나 이자 대납인지 구분해야 한다”면서 “실제 자금 유입 여부와 우선변제 대상 여부, 구상권 포기 여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단채 피해자들은 DIP 금융이 홈플러스 영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점과 별개로 선순위 채권이 늘어나면서 기존 채권자의 변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의 추가 사재 출연과 자본 확충, 후순위 방식의 자금 투입, 전단채 피해자를 위한 별도 보호재원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비대위는 홈플러스 위기가 이커머스 성장과 유통 업황 악화만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MBK 인수 이후 차입 구조와 자산 매각, 재투자 부족, 임대료 부담 등이 함께 작용한 만큼 최대주주가 먼저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오는 26일에는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책임 있는 자본 출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메리츠금융 MBK 보증·추가 지원 요구에… 홈플러스 “회생 아닌 청산 시 메리츠 이익↑”

홈플러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도 MBK와 김 회장에게 추가적인 책임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에 1000억 원 규모 DIP 금융을 지원하기로 하고 관련 자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담보권 행사를 유예하고 상거래채권 조기 변제와 납품업체를 위한 담보권 설정 등에 협조해 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메리츠는 DIP 금융을 실행하려면 MBK와 김 회장의 보증이 적법하고 유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에 필요한 나머지 1000억 원은 MBK 측이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이자 경영 책임자가 회생 과정에서 신규 자금 조달 위험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메리츠금융 측은 “채권자가 요구하는 보증은 최대주주라면 수용해야 할 합리적이면서 최소한의 요구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메리츠가 회생보다 청산 과정에서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홈플러스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메리츠가 2024년 5월 1조3000억 원을 대출한 이후 현재까지 원금 1348억 원과 이자, 수수료 1213억 원 등 총 2561억 원을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회생이 무산돼 파산 절차로 넘어가면 메리츠가 담보신탁으로 확보한 64개 점포를 처분해 대출 원금과 연체이자를 포함한 1조5600억 원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다는 게 홈플러스 측 계산이다. 이미 회수한 금액까지 합하면 총회수액이 1조8161억 원으로, 당초 대출원금보다 5000억 원 이상 많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보다 청산 시 메리츠가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청산은 임직원과 협력업체, 납품업체, 소상공인, 일반 채권자에게 손실을 안길 수 있지만 회생은 이해관계자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메리츠는 연체이자가 장부상 발생한 것과 실제 회수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연체이자는 채권 미회수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일 뿐이고 회생 신청 이후 MBK 측에 원금 상환이나 이자 지급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달 10일부터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수익성과 실적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이달 4일 해당 점포의 폐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대형마트는 67개로 줄었다. 폐점 대상 점포 근무자는 약 3500명으로, 회사는 채권단의 DIP 금융 지원과 회생절차 연장이 이뤄져야 고용안정지원금과 희망퇴직금 등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와 대주주 측에 오는 30일까지 2000억 원 규모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은 다음 달 3일이다. 기한 내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검토할 수 있는 만큼 MBK의 추가 자금 투입과 이를 전제로 한 메리츠의 DIP 금융 실행 여부가 MBK의 추가 자금 투입과 이를 전제로 한 메리츠의 DIP 금융 실행 여부가 홈플러스 회생절차 지속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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