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석달내 고리 2호기 재가동”
5년내 허가 만료되는 원전 9기
업계 “계속 운전 힘 실릴 듯” 기대
10기 발전량, 서울 한해 전력 웃돌아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 2호기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3일 고리 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결정하면서 2030년까지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다른 노후 원전들의 계속운전 승인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고리 2호기 재가동 결정은 정부가 공언한 ‘인공지능(AI) 3대 강국’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AI 대전환 위한 발전 기반 확보
앞서 9월과 10월 원안위 심의에서 두 차례 보류됐던 고리 2호기의 운명은 향후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을 가늠할 척도로 여겨졌다.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승인과 함께 고리 3, 4호기와 한빛 1, 2호기, 한울 1, 2호기 등의 수명 연장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고리 2호기를 포함해 2030년 이전에 운전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의 연간 발전량은 59.7TWh(테라와트시)로 지난해 서울의 연간 전력 사용량(50.4TWh)을 웃돈다. AI 관련 업계는 전력 수요 급증에 원전 계속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장 엔비디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대형 원전 1기(1000MW)분의 전력량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공식화한 NDC를 달성하려면 향후 10년 내 발전 총량(711TWh)에서 원전이 33%(234TWh)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도 AI 전환과 NDC 달성을 위해 수명 만료 원전의 계속운전 승인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기존 원전은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계속 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주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신규 원전의 경우 부지 선정부터 실제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계속운전은 설비 개선을 통해 바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단기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재명 정부 감(減)원전 기조는 변수
다만 이번 고리 2호기 승인도 가동 중단과 세 차례 심의 끝에 이뤄진 만큼 남은 9건의 심의 승인이 제때 이뤄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고리 2호기처럼 수명 연장 승인이 지체되면 실제 가동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계속운전 허가 기간은 ‘운영 정지 시점’부터 10년이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이 ‘수명’이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한수원이 내년 2월 가동을 시작하더라도 2033년 4월까지 7년 동안만 가동할 수 있다.
10년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당시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승인 절차로 3년을 허비한 셈이다. 원전 업계는 고리 2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해 왔다. 남은 원전도 하루빨리 계속운전이 결정돼야 원전 가동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이미 고리 3, 4호기는 지난해 9월, 올해 8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은 설계수명 만료 전에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고, 추가 기한도 20년 수준이다.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은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2037년과 2038년 도입이 예정된 신규 원전은 부지 선정 작업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을 통해 “핵발전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포기한 결정이며 절차적 위법에도 강행한 위헌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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