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부과 이틀앞]
현대차 대규모 투자, 긍정 역할 기대
하이닉스-삼성 등 반도체 업계선… 칩스법 불확실성 속 투자 확대 신중
정부 “관세 최대한 낮추도록 협상”
다음 달 2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국내 기업과 정부가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 이어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관세로 타격을 받을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30일 국내 자동차 업계는 다음 달 3일부로 대미 수출 자동차에 25% 관세가 예고된 가운데 상호관세가 추가로 붙을 경우 경영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01만5005대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했다. 미국 현지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더라도 50만∼70만 대는 여전히 관세 영향권에 포함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한국 수입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기아 합산 기준 연간 EBIT(영업이익) 창출 규모가 8조 원 감소하면서 현 수준 대비 34% 축소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여기에 상호관세가 추가될 경우 실적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최근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이 상호관세율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2028년까지 미국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 산업·에너지 분야에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상호관세 대응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미 루이지애나주에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대형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 공장에 납품하는 철강재에 대한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포스코 역시 미국 현지에 ‘상공정’ 시설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공정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조건과 규모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대미 투자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 때 발효된 ‘칩스법’(반도체 및 과학법) 폐지 방침을 내세우면서 보조금 수령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첨단 공정을 뒷받침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에 고민이 큰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한미 FTA로 미국에 대한 한국의 관세율이 사실상 0% 수준이라는 사실을 앞세워 상호관세 면세를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상호관세 부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4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미 상무부 측에 우리에 대한 잘못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우호적인 고려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다만 “(최종 관세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라는 미국 측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세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다른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상호관세를 적용받아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협상력을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월 2일 관세가 최종 관세가 아니고 조정될 여지가 있다”며 “우리가 어떤 패키지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
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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