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손태승 부당대출’ 380억 추가 적발… 금감원 “現경영진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손태승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중
現경영진 취임후 전체의 62% 발생
동양-ABL생명 M&A 제동 가능성
KB-NH 수백억 부당대출도 적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결과와 관련해 내부통제의 부실 수준이 ‘기본적 역량을 의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5.2.4 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검사결과와 관련해 내부통제의 부실 수준이 ‘기본적 역량을 의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25.2.4 뉴스1
금융감독원이 현장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에서 2334억 원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이에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 추가 적발

금감원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이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정기검사 일정까지 앞당겨 고강도 검사를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매운맛’을 예고하기도 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기자설명회에 나서 손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 380억 원을 추가 적발(총 730억 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부당 대출 중 절반 이상(451억 원·61.8%)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됐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해당 회장(손태승)뿐만 아니라 통제하지 못한 모든 분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설명회 주제는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였는데 금감원은 보도자료 21쪽 중 절반 이상을 우리금융에 할애했다. 우리금융이 건전성·리스크 관리를 경시했다고 지적하면서 현 경영진의 무능함을 질타하기도 했다.

특히 동양생명·ABL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해 리스크관리위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점을 절차상 하자로 지적했다. 또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금융 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보험사 인수가의 약 10%·1550억 원)을 몰취(소유권 박탈)하는 조항이 계약에 포함돼 있었음에도 이 같은 중요 사항이 공식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연체되지 않은 정상 대출을 현 경영진이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계약금 몰취 조항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검사 결과를 두고 임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도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제재 절차와 별도로 경영실태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2월 중에라도 금융위에 의견을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르면 자회사 편입을 위해서는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다만 3등급 의견을 받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 자산 정리 등의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원회가 인정할 경우 자회사 편입은 가능하다.

● KB·NH서도 수백억 원대 부당 대출

이번 현장 검사를 통해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에서도 수백억 원대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이 시행사와 대출 브로커의 작업 대출에 가담해 부당 대출 892억 원을 취급하고,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농협은행 지점장과 팀장이 대출 브로커, 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등 부당 대출 649억 원을 취급하고, 금품 1억3000만 원을 수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원장은 이날 검사 결과를 두고 “주요 지주·은행의 임직원들이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 대출 등 위법 행위 및 편법 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며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부당 대출#우리금융#KB국민은행#NH농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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