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해원을 누빈 꿈, 해운을 품을 스마트항만으로 닻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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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스마트항만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 5일 개장식
AI-디지털트윈 기술역량 총동원
장비 국산화로 사업 동력 강화

5일 개장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부산항 신항 7부두)에서 자동이송장비(AGV)들이 자동화 
컨테이너 크레인에서 넘겨 받은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개장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지자체·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초 스마트항만을 구축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DGT 제공
5일 개장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부산항 신항 7부두)에서 자동이송장비(AGV)들이 자동화 컨테이너 크레인에서 넘겨 받은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개장식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지자체·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내 최초 스마트항만을 구축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DGT 제공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부산항 신항 7부두)은 마치 스마트 물류센터와 같은 모습을 자랑한다. 바다를 향해 뻗은 높이 93m 자동화 컨테이너 크레인 9기는 화물선에서 쉴 새 없이 화물을 끌어올린다. 크레인 맨 끝의 ‘프라이머리 트롤리’가 화물 고정 플랫폼에 컨테이너를 내리면, 다시 ‘세컨더리 트롤리’가 지상의 자동이송장비(AGV)에 차례로 싣는다. 총 60대에 달하는 AGV는 바닥에 매립한 무인 차량 위치 감지 장비를 따라 컨테이너를 옮긴다. 종착지는 적재 장소인 야드 구역. 완전 자동화한 46기의 높이 34m 야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알아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모든 작업은 제어실에서 자동화터미널운영시스템(TOS)을 통해 관리한다. 제어실 근무 인력은 비상 상황 대응 인력을 포함해 30여 명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중국 상하이항, 미국 롱비치항 등 유수 항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화다.

동원그룹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야심차게 선보인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DGT가 5일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인 상업 운영에 들어갔다. 수작업, 인적 노동에 의존했던 항만 물류 업계의 한계를 스마트항만 기술로 극복했다. 기존 터미널 대비 생산성을 최대 20%가량 끌어올리고 안전성·친환경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원(海原)을 누볐던 김재철 명예회장과 동원의 꿈도 세계 해운물류를 품을 스마트항만이라는 새로운 가지를 뻗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4년 4월 1호(390호)에 실린 DGT 사업 추진 과정과 동원그룹의 ‘체인 이노베이션(Chain Innovation)’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장비 국산화 어젠다로 사업동력 강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는 당초 스마트항만 계획 지역이 아니었다. 운명을 바꾼 건 동원이다. 2021년 부산항만공사(BPA)가 발주한 부두 운영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완전 자동화 도입을 천명했다. 부산 북항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DPCT)을 운영해 온 동원은 인력에 기댄 전통 사업 구조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다. 팬데믹 등 사회적 재난에 흔들리지 않고, 고정 비용 상승 부담이나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마트항만이 반드시 필요했다.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기반시설 조성부터 문제가 됐다. AGV를 제어하기 위한 트랜스폰더(Transponder) 센서 수만 개를 항만 바닥에 깔고, 전력 공급 설비를 추가해야 했다. 외벽 보강 작업도 필요했다. 자동화 설비 추가로 컨테이너 크레인 하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산·절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동원과 부두 개발을 맡은 BPA는 ‘스마트항만 장비 국산화’라는 거시 어젠다를 설정해 문제를 풀어냈다. 중국산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항만하역장비를 100% 국산화해 국내 유관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DGT 사업을 국가적 의미를 갖는 프로젝트로 만들어 추진 동력을 강화했다. 정부도 여기에 호응해 340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실제로 DGT의 컨테이너 크레인은 현대삼호중공업, 야드 크레인은 한진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작품이다. AGV는 네덜란드 VDL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현대로템이 43기를 직접 제작했다.

● 전사적 기술 총동원, 디지털 트윈도 활용

스마트항만 핵심 목표는 디지털화다. 두뇌 역할을 하는 TOS(Terminal Operation System) 구축이 핵심이다. 관건은 컨테이너 크레인이 화물을 끌어올리는 외벽, 화물을 이송하는 AGV, 화물을 적재하는 야드 등 3개 영역으로 나뉜 항만물류 프로세스를 하나의 TOS 아래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 붙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동원은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기술 역량을 총동원했다. 미래기술 육성을 목표로 운영하는 동원산업 종합기술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TOS 안정화와 생산성·효율성 향상을 위해 정보기술(IT) 업무 전반을 지원 사격했다.

국내 어떤 항만에서도 제대로 자동화하지 못한 AGV 영역에도 공력이 집중됐다. 동원은 AGV를 제어하는 관리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현대로템 측에 끊임없이 항만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AGV가 항만물류에 적합한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DGT의 디지털 트윈 ‘버추얼 터미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환경과 사물, 프로세스를 가상 환경과 통합해 디지털로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TOS, AGV 관리 시스템과 결합해 실제로 터미널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며 운영 효율화와 안정화 기반을 마련했다.

● 본업에 혁신 연계한 체인 이노베이션

동원그룹의 신사업 확장 전략의 핵심은 본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사슬처럼 연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을 적극 인수합병해 DNA를 이식하고 ‘동원화(化)’한다.

동원이 자랑하는 ‘체인 이노베이션’이다. DGT 역시 이러한 혁신사슬의 결과다. 오랜 원양어업 과정에서 확보한 수산물 물류 처리 역량, 1997년 한일 물류합작법인 ‘레스코’ 참여와 2006년 물류부문 자회사 로엑스(LOEX) 출범이 하나의 궤적으로 연결된다. 2017년엔 국내 3위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 인수합병으로 물류 부문을 한 차원 도약시켰다. 이렇게 이어진 혁신사슬이 스마트항만이라는 미래 신산업까지 이어졌다.

동원은 DGT를 발판 삼아 궁극적으로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형 스마트항만 모델을 개발 도상국 등 해외 각국에 수출하겠다는 복안이다.


부산=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스마트항만#장비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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