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꺼리는 소비자 증가
응답자 24% “포장간소화 중요”
유통업계, 종이-보냉가방 등
친환경 포장재 도입 공들여
최근 마트에서 친정에 보낼 추석 선물세트를 살펴보던 박모 씨(58·여)는 100% 종이로 포장된 제품을 구입했다. 플라스틱과 종이를 분리할 필요 없이 바로 분리 배출하면 돼 실용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 씨는 “친정어머니가 혼자 계셔서 명절 후 분리 배출하는 것도 일이라, 이왕이면 손도 덜 가고 친환경적인 걸 사고 싶었다”고 했다.
친환경 포장 여부를 선물세트 선택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식품과 유통업계에 친환경 포장재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후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는 등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17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8월 명절 선물을 주제로 한 전국 20∼4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친환경 트렌드가 확연히 나타났다. 바뀌어야 할 점으로 “더욱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이 필요하다”(28.1%)는 답변에 이어 “포장이 더욱 간소화돼야 한다”(24.8%)가 2위를 차지한 것.
이에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하고, 기존에는 재활용이 어려웠던 소재인 폐플라스틱과 멸균팩을 재활용하는 단계로도 진화하고 있다. 대상그룹은 기존 합성수지 재질 부직포 쇼핑백을 100% 종이 소재로 대체한 ‘플라스틱 제로’ 쇼핑백을 업계 최초로 선물세트 전 품목(160품목)에 적용했다.
롯데웰푸드는 2021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물세트 포장재에서 플라스틱을 전면적으로 없앤 ‘에코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플라스틱 트레이와 캔햄의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하고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을 받은 종이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케이스를 사용했다. 동원F&B는 트레이에 화학적으로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100% 종이로 만든 포장재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 ‘레스 플라스틱’ 선물 세트도 2배 이상 늘렸다.
친환경에 공을 들이는 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재사용 종이로 제작한 친환경 냉동박스를 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올 추석 전체 선물세트 중 친환경 패키지 선물세트의 비중을 85%까지 높였다.
추석이 지나면 보랭 가방을 회수하는 친환경 캠페인도 벌인다. 다음 달 2일부터 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전 점포의 식품 매장 교환 환불 데스크에서 선물세트에 사용된 보랭가방을 반납하면 신세계백화점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신백 리워드 5000원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도 회수한 보랭백과 외벽 현수막을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재활용 공정이 까다로웠던 소재를 재활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우유팩 등에 사용되는 멸균팩은 70% 가까이 종이로 이뤄져 있지만 알루미늄 포일, 폴리에틸렌 등 6겹의 소재를 겹쳐 만들다 보니 재활용률이 5% 미만에 불과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멸균팩 재생 기술을 갖춘 한솔제지와 협력해 페리오, 죽염 등 치약과 화장품 포장재로 멸균팩 재활용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대는 물론 환경까지 고려한 선물세트를 적극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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