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1억5000만원으로 증액 거론
세무사에 증여세 상담 크게 늘어
일부 박탈감… “자녀에 미안한 마음”

서울 강남에서 증여 전문 세무사로 일하는 A 씨에게는 최근 이 같은 문의가 크게 늘었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관심이 커진 것이다. A 씨는 “일주일 새 비슷한 문의 전화가 10건 이상 왔다”고 말했다.
● 세무사들에 증여세 관련 문의 빗발
기획재정부는 이달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결혼자금에 한해 증여세 공제 한도를 더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성인 자녀 기준으로 ‘10년간 5000만 원’이다. 10년 동안 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은 5000만 원까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를 결혼자금에 한해 1억∼1억5000만 원으로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인 한도 금액 등을 포함한 세부 내용은 이달 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증여액 1억∼2억 원 정도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세무사 B 씨는 “5000만 원 이상 증여 시 증여세를 피하려면 차용증을 쓰고 이자도 줘야 한다고 안내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차용증을 썼더라도 자녀가 이자를 꼬박꼬박 안 줘서 결국 ‘세금 폭탄’을 맞고 뒤늦게 상담하러 오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했다.
● “물가 감안해 한도 올려야” vs “서민들은 박탈감 느껴”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 대책에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나온다. 곧 결혼할 자녀를 둔 직장인 이모 씨(62)는 “공제 한도가 1억∼1억5000만 원 수준으로 정해지면 ‘이 정도는 다들 지원을 해준다’는 기준처럼 여겨질 것 같다”며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그 정도가 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실효성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직장인 황모 씨(30)는 “결혼자금으로 1억 원 이상 줄 수 있는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인데 증여세를 깎아준다고 해서 안 하려던 결혼을 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출산 대응의 일환으로 이번 대책을 내놓으며 “결혼과 출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