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물가상승 겹쳐 성장 둔화”
배민, 주문 여러건 묶어 ‘알뜰배달’
요기요, 구독료 내면 일부 무료배달
쿠팡이츠, 와우할인 연계 서비스
‘10% 와우할인 적용 매장.’
이달 들어 쿠팡의 음식 배달앱 쿠팡이츠에서 식당을 고를 때 새로운 필터가 도입됐다. 쿠팡의 와우할인 적용 식당에서 주문하면 메뉴마다 10% 할인이 된다. 1만2000원짜리 쌀국수라면 1200원 할인돼 1만800원이 된다. 배달비는 그대로지만 전체 결제 금액이 낮아지는 효과를 낸다. 쿠팡이츠가 쿠팡과 연계한 할인 서비스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거리 두기 해제와 외식 물가 급등으로 배달 수요가 급감하면서 배달업체들이 앞다퉈 이용자를 붙들어 매기 위한 고육책을 짜고 있다. 평균 5000∼6000원대로 치솟은 배달료에 배달앱을 이탈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하자 자구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배달 구독 서비스에 묶음 배달까지 속속 도입
26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배달업체 1∼3위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이달 들어 모두 배달비를 낮추기 위한 ‘묶음 배달’과 ‘배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민은 수도권 일부 지역과 대구에서 비슷한 동선에 있는 주문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가 내는 배달비는 평균 2000원 안팎으로 기존 ‘배민1 한집배달’보다 평균 부담액이 줄어든다.
배달업계 2위 요기요는 수도권과 대전 일부 지역에서 ‘요기패스X’라는 배달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달 구독료 9900원을 내면 ‘X’ 배지가 붙은 가게에서 2만 원 이상 주문할 때 배달비가 무료다. 배달비 부담을 낮추면서 충성고객을 붙잡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리는 것. 입점 식당을 늘리기 위해 7월 말까지 주문 중개 이용료와 배달 대행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은 자체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월 4990원)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연계 할인 서비스를 내놨다. 제휴를 맺은 식당 메뉴 가격을 할인해준다. 쿠팡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 혜택 확대의 일환”이라며 “혜택 지역을 현재 서울 12개 자치구에서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 높아진 배달료에 성장세 둔화되는 배달 플랫폼
이 같은 배달 플랫폼들의 자구책은 그만큼 위기 의식이 높아져서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3년 2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11.5% 줄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배달앱 사용자 수도 줄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289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줄었다. 높은 배달료로 배달 플랫폼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서다.
실제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국내 20∼59세 성인 2000명을 조사해 펴낸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음식을 배달해 먹는다’라고 답한 비율이 30.1%로 지난해보다 9.3%포인트 줄었다. 배달 이용이 줄었다는 응답자의 83.9%가 ‘배달비가 비싸져서’라고 답했다.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는 여론은 지난해부터 계속됐지만 올해는 외식 물가 상승과 겹치며 소비자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올해부터 배달 플랫폼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서비스로 이용자를 붙들어 두는 게 당면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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