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도 안돼”… 노인 10명 중 5명, 연금 받아도 일손 못 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일 11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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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받으면서 일하는 고령인구 370만 명…6년새 46.7% 증가
최소생활비 216만 원인데 연금은 138만 원
韓 노인빈곤율, OECD 37개국 중 최악

뉴시스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고령자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만으로는 최저 생계비를 감당하지 못해 취업과 창업에 나선 결과다. 하지만 막상 벌어들이는 수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6년(2017~2022년) 사이 55~79세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5월 기준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계속하는 고령 인구는 370만3000명으로 2017년 5월(252만4000명)보다 46.7% 증가했다. 55~79세 연금 수령자 745만6540명 가운데 49.7%의 비중으로 2017년 5월(43.8%) 대비 5.9%포인트 확대됐다.


고령자들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연금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개인연금 등을 모두 포함한 공·사적 연금의 월평균 수령액은 2인 기준 138만 원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조사한 ‘은퇴 후 최소 생활비’인 월 216만 원의 64% 수준이다.

고령자들은 생계를 위해 창업 전선에도 뛰어들고 있다. 15세 이상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555만 명으로 2017년(573만3000명) 대비 3.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159만2000명에서 193만3000명으로 21.4% 증가했다. 특히 10명 중 9명(87.2%)은 ‘나 홀로’ 자영업자다. 60세 이상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68만5000명으로 5년 전(137만1000명)과 비교해 22.9% 늘었다. 전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율(2.3%)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고령 자영업자들의 벌이는 열악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월평균 영업이익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소상공인은 60세 이상의 경우 53.6%가 해당됐다. 20대(34.3%), 30대(34.6%) 등 젊은층보다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이다. 이는 부족한 창업자금을 가지고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급박하게 사업을 시작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60세 이상 자영업자 10명 중 4명(43.0%)은 500만 원 미만으로 창업했고, 64.5%는 창업 준비기간이 3개월 미만이었다.

한국은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구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7.5%다. 3년 뒤인 2025년에는 20%를 넘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노인빈곤율은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고령자 비율이 40.4%로 이는 OECD 1등이다. OECD 37개국 평균인 14.3%의 3배 수준이고 미국(23.0%), 일본(20.0%), 스위스(18.8%)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40여 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OECD 평균(0.5명)의 2배다.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 비율은 올해 기준 24.6%이고 2026년 31.8%, 2040년 60.5%, 2060년 90.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 등으로 미래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은 매우 커질 것”이라며 “노후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등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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