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빅딜’하려다 시총 5조 날린 네이버…개미만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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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5일 2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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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의 모습. 2022.9.26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의 모습. 2022.9.26 뉴스1
네이버가 2조3000억원 규모 ‘빅딜’ 여파로 이틀째 급락했다. 특히 빅딜 발표 이후 주가 급락으로 증발한 시가총액이 인수 금액의 2배가 넘는 4조8000억원에 달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주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빅딜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외인, 전날보다 더 많은 247만주 투매…이틀째 받아낸 개미

5일 네이버는 전날보다 1만2500원(-7.08%) 급락한 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네이버 시가총액은 26조9041억원으로 전날보다 2조506억원 줄었다. 네이버는 전날에도 빅딜 발표 여파로 주가가 8.79% 급락하면서 하루만에 시가총액이 2조7888억원 증발했었다. 이틀간 허공에 사라진 네이버 시가총액은 4조8395억원에 달한다.

네이버는 전날 북미 최대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인 포쉬마크(Poshmark)를 16억달러(2조3441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기업가치를 주당 17.9달러, 순기업가치 12억달러(1조7000억원)로 평가했으며, 5억8000만달러 규모의 보유 현금까지 감안하면 인수 대금은 약 16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쉬마크의 주가는 인수합병 발표 직전 15달러 수준으로, 네이버가 시장가보다 비싸게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이틀 연속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하락도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가 주도했다. 네이버 목표주가를 종전 32만원에서 17만원으로 대폭 낮추며 ‘매도’의견을 낸 씨티그룹글로벌이 이날 하루 동안 133만주를 내다팔았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외국계 창구에서도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외국인은 247만5258주, 4173억원 어치를 패대기쳤다. 전날 174만주, 3162억원보다 더 많은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외국인이 토해낸 물량은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개인은 총 214만2601주, 361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전날도 외국인 물량을 개인이 모두 사들인 데 이어 이날까지 이틀 연속 개인이 물량을 소화한 것이다.

북미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서비스 모습(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북미지역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서비스 모습(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적자 늘고 있는데 왜 샀니? vs 글로벌 커머스 확대 긍정적”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2조3000억원 규모 ‘빅딜(인수합병)’ 발표가 생각보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해석했다. 네이버가 사들인 포쉬마크가 단순 적자기업이 아닌, 적자가 점점 더 늘어날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이번 포쉬마크 인수는 ‘중립 이하’의 의사결정이라고 판단된다”면서 “이번 인수는 성장성 둔화와 영업적자 확대 추이를 보이는 기업을 인수하는 계약으로, 성장성 및 수익성 회복이라는 인수 단계에서 고려할 옵션을 둘 다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얼마나 빠르게 인수회사인 포쉬마크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인수 후 양사 시너지 효과에 달려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견지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날 급락은 일시적 충격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틀째까지 하락한 것은 매우 좋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이날 하락 역시 급락 후 반등하며 ‘음봉꼬리’를 남기는 방식으로 마감했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로 장을 마쳤기 때문에 하락 추세를 막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봤다.

여기에 전날 씨티증권은 네이버가 알파벳, 메타 등보다 고평가됐다며 목표주가를 종전 32만원에서 17만원으로 대폭 하향하고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제시했다. JP모건도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조정한 보고서를 냈다.

결국 네이버는 이틀간 인수대금 2조3000억원보다 2배 이상 큰 4조8900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날린 상황에 처하게 됐다. 급락세가 이날로 마무리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주가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가 하락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깜짝 소식(인수)으로 (떨어지는) 주가를 보고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심려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통상 대형 M&A(인수합병)가 성사되면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시너지(동반상승)가 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어 주가가 약세인 경우가 많지만 이번 딜에 대해 해외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지배주주 주당순이익(EPS)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 수준으로, 여러 플랫폼 사업의 잠재력을 배제하고 실적 성장성(2024년 이후 지배주주 EPS 연간 추이)만으로도 저평가 수준이라 판단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의 과도한 급락이면 매크로 환경 영향 안정화로 시장 여론이 바뀌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좀 더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포쉬마크 인수는 가치 상승 요인 또는 현시점에서 최소한 가치 중립 요인이지 가치 하락 요인은 아니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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