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핵심 지역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반면 규제가 없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강남구 도곡동 등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삼성동 등이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수 가능한 데 비해 이들 지역은 전세를 끼고 투자 목적으로 매수할 수 있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4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삼성동·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에서 주거지역은 6㎡,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 이상인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팔기도 쉽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7건에 그친 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없는 서초구에선 130건이 손바뀜됐다.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지역의 아파트들의 집값은 신고가 행진 중이다. 테헤란로 북쪽에서는 규제가 적용되는 압구정동 대신 반포동과 잠원동이, 남쪽에서는 학원가가 있는 대치동 대신 건너편 도곡동이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지난 11일 전용면적 129㎡(26층)가 64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222㎡(22층)는 이전 신고가인 76억원(26층)보다 4억원 높은 80억원에 거래됐다.
도곡동에서는 도곡렉슬 전용 176㎡가 2020년 6월 43억원에 비해 15억원 높은 58억원(7층)에 거래됐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24㎡는 지난달 33억5000만원에 팔려 직전 거래보다 14억원 뛰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아쉬울 게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매매가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라며 “세입자가 있으면 가격을 높게 부르기가 어렵기 때문에 40억원에 육박하는 아파트를 공실로 비워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포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절세용 급매물은 진작에 다 팔렸고, 지금 있는 집들은 어차피 6월 전에 팔기 어렵기 때문에 급할 게 없으니 길게 보고 제 값을 받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옆동네 강남구가 규제로 묶이며 서초구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긴 하지만, 서울시는 추가로 이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단지가 모여있어 투기 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있는 압구정동·여의도·목동 등과 달리 서초구는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값이 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삼성동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 잠실동은 잠실 마이스(MIE)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서초구는 대규모 개발사업 예정지도 없다.
압구정동 등이 규제를 받으면서 얻는 반사이익이 일정부분 있지만, 그렇다고 반포 집값이 거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일부 거래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가격은 결국 주변 여건을 다 반영한 것”이라며 “교통환경, 상권, 한강둔치, 대형병원, 학군 등이 모두 갖춰진 반포 집값을 버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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