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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임대 5%내 올린 집주인, 20일前 계약땐 稅혜택 없어 형평성 논란

입력 2021-12-22 03:00업데이트 2021-12-2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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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부동산 땜질처방’ 논란

서울에서 공시가격 9억 원짜리 아파트 1채를 임대하는 A 씨가 이달 20일 전세금을 5% 올리는 갱신 계약을 했다면 향후 집을 팔 때 1년만 실거주해도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반면 같은 조건의 아파트를 임대하는 B 씨가 하루 전인 19일에 전세금을 5% 올렸다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워야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기존 부동산정책을 수정하거나 뒤집는 ‘땜질 처방’을 내놓으면서 하루 차이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달라지는 등 형평성 문제가 커지고 있다.

○ 임대차법 부작용 대책에 형평성 논란
정부는 이달 20일부터 내년 말까지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않는 1가구 1주택 집주인에게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상생 임대인’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전월세 상한제를 뼈대로 하는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갱신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이후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집주인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상생 임대인 제도를 발표한 20일 전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집주인들에게는 이런 한시적 완화 혜택을 주기 않기로 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부각됐다. 그뿐만 아니라 임대차 3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5%만 올려야 하는 갱신 계약과 임대료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신규 계약을 구분하지 않고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집주인의 상생 의지와 무관하게 제도 발표일인 20일 이후 계약했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계약한 집주인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양도세 비과세로 혜택을 보는 대상자가 너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 2년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 사람은 2017년 8월 3일 이후 조정대상지역의 집을 산 1주택자다. 이들 중 공시가격이 9억 원 이하인 집을 보유한 사람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중소형 아파트 공시가도 9억 원을 넘는 서울 강남권에선 애초에 상생 임대인이 나오기 힘든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실거주 요건 단축만으로 임대료 인상 억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보유세 완화 효과, 고가 1주택자에게 집중

당정이 20일 논의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도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공시가 11억 원 초과 주택에만 부과한다. 이렇다 보니 내년 보유세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면 감면 혜택이 종부세를 내는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주택 공시가격이 낮아 재산세만 내는 사람은 보유세 완화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유세 완화 대상을 1주택자로 한정하면서 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현행 세제상 공시가 10억 원짜리 주택 소유자는 종부세를 안 내지만 공시가 3억 원짜리 3채를 갖고 있으면 종부세가 중과된다. 고가 1주택 보유자는 보유세 완화로 혜택을 보지만 중저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혜택을 못 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세제의 기본 원칙에 따라 보유세와 양도세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가격과 주택 수에 따라 누진성을 키운 게 문제의 원인”이라며 “장기적으로 모든 주택 소유주가 내는 재산세는 높이되 징벌적인 종부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편 가르기 하는 식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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